[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얼마 전까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나 고민을 물으면 흔히 ‘마케팅 수단의 부족’을 꼽았다.

코로나19에도 회사는 돌아가고 신제품이 나오는데, 이를 마땅히 알릴 곳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흔하고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바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원하는 타깃을 선택해 홍보할 수 있는 데다 이전에 관람객 등을 따져 홍보 효과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1년 넘게 오프라인 전시회가 취소되자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언론매체나 유튜브, 웨비나 등 온라인으로 제품을 알려야 했다. 그마저도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는 엄두조차 못 내는 곳이 많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온라인 홍보는 직접 보고 만지며 설명듣는 것보다 효과가 덜했을 게 뻔하니 마케팅 담장자들의 고민이 클만 했다.

그나마 ‘얼마 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올해 초부터 조금씩 전시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시회 주최 측은 비닐장갑과 손소독제, 곳에 따라 마스크까지 나눠주며 관람객의 개인위생을 챙겼다.

또한 체온측정과 안심콜을 통해 관람객들의 출입을 기록했으며, 비표의 바코드 또는 QR코드를 스캔해 출입장 내 인원을 통제했다.

이처럼 최선의 방역체계 아래 행사가 개최되지만, 분야와 주최 측을 막론하고 방역이 완전히 멈추는 때가 있다.

바로 ‘VIP 투어’다. 장관부터 국회의원, 지자체장, 공기업, 사기업 대표들로 이뤄진 VIP들은 테이프를 커팅하고 바로 대표 기업을 돌며 설명을 듣는다.

이들이 행진하는 순간만큼은 체온측정도, 안심콜도, 손소독제도 모두 멈춘다.

물론 VIP들은 백신접종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당연히 동선도 파악된다. 문제는 이들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취재진부터 보좌관, 구경꾼들까지 적게 잡아도 수 십명의 사람들이 한번에 출입문을 통과한다.

직전까지 열심히 인원을 파악하던 진행요원이 비표는커녕,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고 함께 몰려드는 관람객을 허탈하게 보는 걸 목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주최 측과 기업에게 VIP는 중요하다. 누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행사의 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귀한 양반들의 걸음을 ‘겨우’ 방역 때문에 지체하게 만드는 것은 송구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전시회 그 자체보다 중요할까.

주최 측들이 VIP의 행진을 언제까지 손 놓고 볼지 궁금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정신을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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