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대한건설협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협회의 정관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동대문구을, 국토교통위원회)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8월 13일 정관을 개정하고 국토부는 이를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정관을 보면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회원의 기준을 ‘대표자 1인’에서 ‘대표자 또는 등기이사 중 1인’으로 변경하고, 권리 행사 제한규정도 건산법상 등록기준 미달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을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높였다.

이를 두고 지난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 소재를 대표자가 피하기 위한 근거를 만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 이사회 소속 이사들이 속해 있는 건설사들은 최근 대표자를 바꿨다. 김상수 협회장이 사업주로 있는 한림건설과 태기전 부회장의 한신공영, 최은상 이사의 요진건설산업이다.

대표자가 교체된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시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3개사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대표이사를 변경한데다 한림건설과 요진건설산업은 각각 정관이 개정된 직후인 8월18일과 8월19일에 대표이사를 바꿨다.

더군다나 해당 회사들은 건설현장의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많은 업체들이다. 장경태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사고 발생 건수만 놓고 보더라도 한신공영은 무려 9건이나 되며 요진건설산업이 2건, 한림건설도 1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회사의 대표자가 아닌 사업주가 처벌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법리해석에 따라 사업주가 처벌을 피할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에 이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정관 개정 사항인 영업정지 처분 횟수 상향에 따른 회원의 권리행사 보장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협회의 몸집 부풀리기를 위해 법의 취지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경태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귀중한 산물인데도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건설사들이 책임 회피 움직임이 보이고,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조차 회피성 의혹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의원은 국토부 측에도 책임이 있다며 관련 사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의원은 “국토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으로 업계가 민감한 시기에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에라도 정관 개정과 관련된 사안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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