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일수록 차별화된 아이디어·기술력 갖춰야”
“지속적 R&D 투자로 중장기 기업 성장 모멘텀 마련”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국민 경제의 허리.’ 중소기업을 거론할 때 빈번히 따라붙는 수식이다. 1970년대 한국 산업발전의 근간이 된 중소기업은 오늘날 전체 기업의 99.9% 이상(2017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수 또한 1599만명으로 전체의 82.9%에 달한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악화와 코로나19로 새 성장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대기업과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소기업의 제1의 생존전략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철도·발전소·반도체 공정용 전기 제어기기 전문기업 엔텍월드(대표 안병립)는 이같은 상황에서 오직 기술력만으로 기업 성장의 모멘텀을 창출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사업 다각화 전략이 주목할 만하다. 최초 철도용 제어기기로 출발한 이 기업은 그간 축적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력기자재 제조업으로 빠르게 업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 결과 엔텍월드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의 수배전반 품목 협력업체(분전반)로 등록한 데 이어 최근 국가철도공단용 ‘72.5kV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자체 개발까지 완료하며 제2의 도약을 예감케 하고 있다.

안병립 엔텍월드 대표는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64% 이상 늘어난 5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전력기자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 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시 금천구에 소재한 엔텍월드 본사에서 안 대표를 만나 기업의 중장기 성장전략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가 올해도 맹위를 떨치며 산업계를 흔들었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기술투자에 집중해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놓은 게 빛을 발했다. 타이밍도 좋았다고 본다. 철도산업에서 제어반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부문의 매출도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305억원 대비 64%가량 늘어난 5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도 제어기기는 엔텍월드가 강점을 가진 사업 부문으로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에는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 160억원 규모의 ‘구로 관제센터 SCADA 개량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입찰은 기본적으로 ‘운’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그간 지속적으로 기술·제품 R&D 투자를 확대해온 것이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엔텍월드는 분야별 최고 전문가로 연구진을 꾸려 투자를 거듭한 결과, 철도와 발전제어시스템을 중심으로 고·저압 수배전반, 전력시스템 등의 중전기 제품 생산과 관련해 ISO9001, 14001 인증을 취득했고 Inno-Biz기업, 벤처기업, 통합형 전철제어반 GLDS, 전기철도 단일상통합급전시스템, 부분방전측정장치용 주파수선택장치 등 총 21개 특허를 확보했다. 또한 엔텍월드는 기술역량우수기업 T2 인증(고속철도 및 전철 전력제어반 개발 및 제작기술과 반도체 특수 전기설비 기술) 등에서 기술적 경쟁 우위와 특히 고속철도 부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글로벌·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소기업의 기술력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엔텍월드가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은.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에서 수주한 203억원 규모의 전철제어반 사업이 오늘날 엔텍월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가 연구개발과제로 개발한 이 제품은 과거 아날로그 타입을 디지털로 전환, 비용절감은 물론 전력 제어와 변전소 원격 제어도 가능한 설비다. 국가 예산을 연간 80억원 이상 절감시키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중소기업일수록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론이 옳았음을 인정받은 것으로 ‘기술역량을 활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한다’는 기업운영의 원칙을 수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근 몇 년 새 엔텍월드는 전력기자재 제조업으로 업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철도 부문에서 제조업 일반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 실패를 경험한 끝에 다시 본업인 전기 부문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시장의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하다 보니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해외유통·건설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을 막상 진행하다 보니 ‘내가 잘 모르는 사업은 하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당장에 규모를 키우지는 못할지라도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내실 있게 가야 한다는 것. 제어기기 다음의 먹거리로 전력기자재 제조업을 택한 이유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 등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철도공단용 GIS 개발까지 완료했다.

“삼성전자 사업은 전력기자재 부문 진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분전반 등 일부 품목에 국한돼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기자재 전반으로 품목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철도공단용 GIS를 개발한 것도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미 철도 부문에서 축적한 기술·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다른 품목 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철도공단뿐만 아니라 한전 시장까지 진출을 시도할 방침이다.

특히 철도와 한전 시장 모두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설비 개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포스트코로나 혹은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설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해나가려 한다.”

▶중장기적으로 엔텍월드가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상’이 있다면.

“단일 품목, 시스템만 다루는 전문기업이 아니라 전력기자재 사업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제조업 종합메이커로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단계적으로 규모에 맞춰 제조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진행할 생각이다.

특히 핵심 기자재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품목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려 한다. 일례로, 국내 선도기업들은 차단기 등 핵심 기자재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역량에 바탕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다.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엔텍월드의 중장기 기업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He is…

▲한양대학교 전기공학 석사·박사학위 취득(2002년·2009년) ▲경부고속철도 공로 대통령표창(2004년) ▲엔텍월드 대표이사(2006년~) ▲철도운송진흥 공로 국무총리표창(2007년)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공로 표창(2017년)

(박스)엔텍월드, 철도 부문 넘어 중전기기시장 ‘정조준’

기술연구소 중심 전력·IT 과제 수행 활발

배전반·GIS 등 제조업 신품목 공급 ‘속속’

철도·발전소·반도체 공정용 전기 제어기기 전문기업 엔텍월드(대표 안병립)가 중전기기시장을 목표로 업역 확대에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엔텍월드는 전기, 전자, 제어, 정보통신, 신호, 광학센서 등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기반으로, 송·변전설비, 발전설비, 전기철도, 중전기기 등 공공시장에서 첨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중심 ‘강소기업’이다. 특히 기업의 핵심역량이 집중된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인 전력 IT 국책연구과제 다수를 수행,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5년여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발전기보호시스템 IED(Intelligent Electronic Device) 시뮬레이터’를 출시, 외산 제품 중심으로 꾸려진 국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근래에 들어 엔텍월드는 기존 핵심 사업부문인 철도에 더해 전력기자재 제조업으로 업역을 확대하며 중전기기시장 확보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수배전반 협력업체(분전반)에 등록한 것은 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엔텍월드는 배전반업계의 신성상 거점으로 부상 중인 삼성전자 사업에 참여하는 7개 협력업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수배전반 다음 품목은 가스절연장치(GIS)가 될 전망이다. 최근 국가철도공단용 72.5kV GIS 개발을 완료한 엔텍월드는 입찰 참여를 앞두고 있다.

안병립 엔텍월드 대표는 “배전반부터 GIS까지 전력기자재 품목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며 제조업 종합메이커로서 도약을 꾀할 것”이라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차별화된 기술·제품을 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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