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 현실화 우려...세계 경제 발목 잡히나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국제유가가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너지 대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석탄, 천연가스 등 다른 화석연료 가격도 급속도로 오르는데다 곡물가격과 금속 등 원자재 가격까지 함께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코로나19에서 회복하던 세계 경제가 다시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1.17달러(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고 밝혔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14년 10월 31일 이후 거의 7년만이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1년사이 125%나 급등한 수치다.

여기에 브렌트유도 1.5% 올라 83.65달러를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80달러대를 넘었다.

이러한 원유 가격 급등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수요에 비해 공급 변동량은 크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산유국들의 모인인 ‘OPEC 플러스(OPEC+)’는 수요 증가에도 기존의 공급 추세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친환경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로 신규 공급 투자를 줄이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SPR)의 방출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거란 분석이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 뿐 아니라 석탄과 천연가스도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6개월 만에 두 배로 급등했으며 유럽에서는 세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다.

여기에 곡물과 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30.0포인트를 기록해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대란으로 생산에 전력 소모가 큰 알루미늄 가격도 급등했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은 전날보다 3.6% 오른 t당 3072.5 달러로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23개 에너지‧금속‧곡물 가격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지난 5일 역대 최고치인 525.9554로 치솟았으며 현재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SJ는 이러한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 우려를 낳은 데다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겹쳐 미 증시의 주간 변동성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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