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도입된 연료비연동제를 통해 정부와 한전은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전 분기 대비 kWh당 3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분기 kWh당 3원 인하를 결정했다가 올해 들어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반영해 3원을 올린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조정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부터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탈원전=요금인상’ 프레임으로 연료비연동제도를 공격했다.

이런 비판이 합당할까. 아니다.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본격 논의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한전은 당시 수 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6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경부(현 산업부)는 ‘고유가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대책’을 보고하고,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 가격을 적정원가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논의된 것이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다. 이후 2010년 1월부터 모의 적용한 후 2011년 6월부터는 실제 요금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2010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거론됐다. 전기요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던 재정부는 에너지절약과 함께 가스·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두고 지경부는 한전 경영압박 해소와 에너지 소비 합리화를 위해 최대한 앞당기자는 입장인 반면, 재정부는 물가인상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2010년 말 당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연료비연동제는 2011년 중에 실시하며 연료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변동할 경우 정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앞에서 언급했듯 국민들에게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절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시그널을 보내자는 것이 연료비연동제도의 취지였다. 하지만 2011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은 물거품이 됐다. 물가인상 우려 때문이었다. 전기 생산원가의 80%를 차지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한전의 적자는 쌓였다.

2012년 4월 김중겸 사장이 한전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전은 이사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전기요금을 평균 13.1% 올리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었다. 정부는 인상안에 대해 전기위원회를 통해 부결했다. 그해 7월 한전은 다시 10.7%의 인상안을 내밀었지만 결국 부결됐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탈원전 이전에도 복잡한 방정식과 같은 문제였다. 전기요금이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정권차원에서 쉽게 결정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념 문제로 변질됐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전기요금이 왜 중요한 문제냐 하면,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이념문제로 요금을 바라보는 순간, 전력산업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여야, 진보 보수를 떠난 이성적인 문제로 전기요금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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