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LNG 수요 급증, 현물가 43달러 역대 최고
OPEC+ 추가 증산 여력 없어, 유가 3년 만 82달러 돌파
1월 텍사스 한파처럼 이상기후 시 가격 천정부지 치솟아
황운하 의원, 자원정책 패러다임 ‘개발→안보’ 전환 필요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올겨울 에너지 수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LNG 현물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돌파했고 석유시장도 공급력이 약화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로 수요나 공급에 비상이 걸릴 경우 심각한 수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전문매체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 5일 거래된 2022년 1월물 JKM(한국과 일본 수입가격)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수급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기록한 34달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LNG 현물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전용 연료로 쓰이는 LNG는 난방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에 수요가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은 풍력발전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를 LNG발전으로 대체하면서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은 가스허브기지까지 두고 있는데도 현물가격이 역대 가장 높은 32달러를 기록 중이며 재고량도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에서는 동절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의 LNG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서 유럽발 수요 증가로 아시아향 물량이 줄어든 데다 중국이 석탄발전 중단 대비용으로 LNG발전용 재고를 확대하면서 동북아 각국이 서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현물 사재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겨울 동북아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수 있다는 기후전망은 사재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석유시장도 수급이 여유롭지 못하다. 산유국 카르텔인 OPEC+는 지난 4일 회의에서 기존 감산량 대비 하루 40만배럴 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발표 이후 브렌트 유가는 배럴당 82.56달러까지 올랐고 연말에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가 82달러는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의 공급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석유, 가스 자원에 대한 투자가 대폭 감소했고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조업중단 등으로 생산력이 더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은 “석유, 가스 자원은 투자 결정부터 생산까지 대략 10년이 소요되는데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관련 투자가 대폭 감소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최근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공급이 확대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급 불안은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상황에서 에너지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상기후이다. 지난해 1월처럼 LNG 공급지역인 미국 텍사스에 한파가 몰아쳐 LNG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뜩이나 비싼 에너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동절기에도 수급 비상이 있었는데 올해 동절기 기후전망을 보면 지난번보다 심하면 심하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위기를 대비해 비축량을 늘리고 가스공사와 직수입사 간의 물량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의 발빠른 대처로 지난 6월 관련 시행령 및 고시 개정을 통해 LNG 비축물량은 기존 7일에서 9일로 늘어나 대비력이 높아지게 됐다.

자원 수급에 대한 중요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원정책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안보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은 지난 5일 산업부 국감에서 “미‧중 간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갈등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등 자원의 무기화 사례에서 보듯이, 자원은 국가안보에 매우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존 자원개발 중심정책에서 자원안보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올해 안에 가칭 자원안보기본법 제정안 입법 토론회 개최 및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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