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녹색건축물 인증은 설계와 시공 유지,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축물의 입지, 자재선정과 시공, 유지관리, 폐기 등 건축의 전 생애(Life Cycle)를 대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평가를 통해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높이려는 목적에 따라 도입됐다.

공공기관에서 건축하는 연면적 3000㎡ 이상 건축물은 녹색건축물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며, 민간의 경우에도 인증대상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됐다.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은 건물에는 취득세 경감, 건축물 기준완화(용적률, 건축물높이 제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도입 20년째를 맞는 녹색건축물 인증이 그동안 건축물의 에너지절약과 친환경 건축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최근 대구시에서는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주거·비주거 부문에 대한 녹색건축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및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의무화하고 그에 따른 설계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구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제정을 추진하는 등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서 대전시도 지난 9월 ‘민간건축물 녹색건축 설계기준’을 제정 고시하는 등 녹색건축물 보급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과연 이 제도가 도입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녹색건축인증을 획득해 다양한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건물의 에너지사용등급은 기대 이하인 건물이 상당수라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광주)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녹색건축인증 아파트의 에너지소요량 현황’ 분석자료를 보면 녹색건축물 인증, 에너지효율등급 평가와 실제 에너지사용등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 오산의 한 공동주택은 2017년 한국환경건축연구원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에서 1등급, 녹색건축물 우수등급(그린 2등급)을 받아 9.73%의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 또 서울 용산구 문배동 공동주택에서도, 서울 종로구 효제동의 한 공동주택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적발됐다.

어떤 제도가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다면 그 이유는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제도는 더욱 확대, 발전시키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부작용이 없이 제도 도입 본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감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듯이, 감시하지 않은 제도는 부실해 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녹색건축인증 제도의 부실 논란은 이 같은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 ‘아픈 사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