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처음 뛰어든 취업시장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을 보면 예전에는 거의 모든 대기업에서 대규모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오전에 A기업 필기시험을 보고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B기업 필기시험을 봤다던데, 요즘은 체감상 경력직 위주, 소규모 수시채용이 대세인 것 같다. 운이 좋아서 면접까지 올라가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생초짜 신입에게는 왠지 모르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입사원을 뽑는데 ‘경력있는 신입’을 선호한다니….

좁은 취업문을 통과할 때 무기로 쓸 수 있는 실무경험이 간절히 필요했다. 금융권이나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알아보던 중 국민취업지원제도 일경험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바로 워크넷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일경험프로그램 지원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국비지원교육기관에서 회계 등 직업교육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처음 도입한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내게 맞는 기업의 공고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7월 중순경, 가뭄의 단비같은 반가운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전력공사가 일경험프로그램 참여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한전지사에서 근무할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인터넷 기사였다. 때맞춰 지원하기 위해 직업교육을 당초 일정보다 조기에 수료하였고, 운이 좋게도 나는 지금 일경험프로그램을 통해 한전 본사에서 인사실무를 경험하고 있다.

내가 하는 주 업무는 인사업무와 관련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복사나 인쇄같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나만의 과제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다른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요즘 내 즐거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부서에서는 임원회의 준비 등 나중에 일반회사에 취업했을 때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고, 나를 1:1로 담당하는 멘토 선배는 수시로 근무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온다. 근무 첫 주에 일경험프로그램 담당 차장은 퇴근시간 이후에 초과근무를 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한다는 공지메일을 보내주었는데, 일경험프로그램 취지상 근무시간에는 일경험을 쌓되, 퇴근 후에는 다른 필요한 취업준비를 하라는 회사의 배려였다.

배우고 느끼는 점도 여러 가지 있는데, 부장님이 종이보고서보다는 이메일이나 사내메신져로 보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공기업이 생각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항상 먼저 다가와 세심하게 챙겨주는 선배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는 나도 배려와 친절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경험프로그램을 통한 2개월간의 한전 근무경험은 위에 썼듯이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다양한 조직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는 감사한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코로나19 때문에 치맥회식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혹여 일경험프로그램을 주저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지원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업무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직원분들의 태도와 마인드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한국전력공사 김재영/일경험프로그램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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