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최근 40℃도 가까운 폭염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커졌다”는 뉴스가 각 언론사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야당과 많은 보수언론에서는 “전력 비상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전력 부족의 원인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야당과 언론이 해묵은 탈원전 논쟁을 꺼내 가짜뉴스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력 예비율이 줄어든 주요 원인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내 화재와 이물질 발견 등으로 원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폭염 때문에 예년에 비해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전력예비율도 낮아지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이 전력수급이 위기냐는 것이다. 2011년 발생한 9.15 순환단전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결코 위기가 아니다.

9.15 때는 최대수요를 6400만kW로 예상했지만, 실제 6726만kW까지 치솟았다. 반면 공급능력은 7071만kW 정도 갖췄다고 했지만, 실제는 6752만kW에 머물렀다. 300만kW 넘는 예비력이 2시간 이내에 공급할 수 없는 허수예비력이었던 것이다. 만약 순환단전을 하지 않았다면 전국이 블랙아웃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 여름은 전력수요가 최대 9400만kW로 예상되고 있고, 이때 공급능력은 9900만kW로 500만kW나 여유가 있다.

미국 북미전력 신뢰성 위원회(NERC)는 최소 150만kW의 예비력을 확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갑자기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도 여유출력을 이용해 주파수를 회복할 수 있고, 수요가 변하더라도 150만kW의 여유출력을 이용해 시스템으로 출력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비상발령 기준인 예비력 550만kW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문제는 몇 년 후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운영예비력의 57%를 인접국 거래를 통해 충당하는 독일과 달리 섬 같은 독립계통인 우리나라는 앞으로 여름뿐만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전력수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평소에는 전기를 많이 만들어내지만, 정작 전기가 부족한 시간대에는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올해만 봐도 전력이 부족하니 구원 투수로 등장한 게 바로 석탄과 원자력이 아닌가? 이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무리한 탈원전, 탈석탄보다는 적정에너지믹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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