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에너지밸리 구축 초기만 해도 ‘모셔가기’ 경쟁이 상당했습니다. 업계가 침체된 상황이라 대형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인센티브를 과하게 부여해서라도 우선 입주율 목표치부터 채워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불과 몇년 새 상황은 정반대가 됐습니다. 에너지밸리가 이대로 반짝하다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얼마 전 취재 차 만난 한 중소제조기업의 대표는 ‘에너지밸리의 전망’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수년 전 제2공장을 나주 혁신산단에 구축한 이 업체의 대표는 에너지밸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력산업계 기업들의 메카를 표방하며 탄생한 에너지밸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2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재지정되면서 지역제한입찰 등 특례연장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됐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인센티브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나누려고 해도 나눌 수 없을 만큼 ‘줄어든 파이’가 문제라는 얘기다.

근래 들어 업계에서는 한전의 발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에너지밸리 공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적을 때는 단지 2~3대에 불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상주인원을 두고 설비 투자를 하기에는 업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문제시된 일부 에너지밸리 제조기업의 직접생산확인 위반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직생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것은 오롯이 해당 업체의 책임이겠지만 물량이 충분했다면 구태여 본사에서 제조한 제품을 실어 나르는 비효율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런 행위를 했겠느냐는 토로다.

조성된 지 상당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에너지밸리의 정주여건은 여전히 수년 전 그때에 멈춰있다는 것도 문제다. 입주했을 때의 기대이익도, 산단 자체로서의 편의성이나 매력도 상실한 에너지밸리에는 기대보다는 불안한 시선이 줄곧 뒤따르고 있다.

에너지밸리는 후퇴 혹은 재도약의 기로에 놓인 전력산업계의 미래 이정표를 제시해야만 한다. 산단 조성 이후의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혜가 멈추는 순간, 에너지밸리도 그 생명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생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염두에 둔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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