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정부 수소모빌리티 정책과 함께 ‘대세’ 급부상
암모니아, 산업용 수요·장거리 수소 운송 등 수요 ‘굳건’
고압기체 수소, 탄소복합소재 등 신기술로 ‘역전’ 노려

지난 6월 21일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서 진행된 국내 첫 액화수소 플랜트 기공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공식 터치 버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효성중공업
지난 6월 21일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서 진행된 국내 첫 액화수소 플랜트 기공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공식 터치 버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효성중공업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고압기체 수소만으로 수소의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수소의 저장·운송 매개체로 액화수소와 암모니아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수소는 고압기체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고압기체 수소는 폭발성에 대한 우려로 주민수용성이 낮은 데다 튜브 트레일러 운반에 따른 운송비가 발생해 수소 도매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수소유통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소 저장방식을 액화수소, 암모니아 등으로 다양화하고, 고압기체 수소는 튜브 트레일러 경량화와 함께 전국을 연결하는 배관망을 건설해 운송비를 절감한다.

기업도 저마다의 사업 환경에 맞춰 액화수소와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기업과 제휴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한다. 암모니아는 기존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평택 LNG터미널 전경.
한국가스공사의 평택 LNG터미널 전경.

◆액화수소, 수소모빌리티 시대 앞당길 ‘첨병’

현재 액화수소는 수소의 저장·운송 매개체 중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액화수소는 기체상태의 수소를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압의 기체수소와 달리 대기압에서도 저장 가능해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부피도 기체수소의 약 800분의 1 수준에 그쳐 대량운송에 강점을 갖는다. 이 때문에 버스, 트럭, 열차, 선박 등 수소 사용이 많은 대형 모빌리티 활용에 적합하다.

정부는 대형 모빌리티의 도입에 앞서 전국에 대규모 액화플랜트를 건설하고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모빌리티 확대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열린 3차 수소경제위원회는 액화수소 생태계의 조기 구축을 위해 전주기에 걸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SK E&S, SK가스,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의 액화 플랜트 사업 발표가 줄줄이 이어졌다. 주로 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액화수소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액화수소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적인 난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소를 액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액화수소는 고압기체 수소보다 약 50% 정도의 추가 에너지비용이 든다. 수소 대량운송이 가능해 경제성 측면에서 앞선다는 장점도 기술적인 문제로 상쇄되는 상황이다.

가스공사, SK E&S, SK가스 등 LNG터미널을 보유한 에너지기업은 LNG 기화 시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액화수소를 추진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를 액화하려면 영하 253℃의 극저온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 영하 162℃의 LNG 냉열을 활용하면 생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액화수소도 충분히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소액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아직까지 국내에는 없다는 점이다. 수소 업계는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츠, 린데 등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기업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는지도 국내 액화수소 생태계를 갖추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암모니아, 액화수소 比 경제성·인프라 경쟁력↑

암모니아는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데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암모니아 활용 방안은 수소로 암모니아를 생산해 장거리를 운반한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해 발전이나 운송용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19년 공개한 ‘수소경제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액상 암모니아가 액화수소 보다 더 저렴한 최적의 장거리 수소 저장 및 운송기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에 비해 약 1.5배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다. 영하 33℃에서도 액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액화수소(영하 253℃) 보다 낮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액화수소 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암모니아의 또 다른 강점은 오랜 기간 농업 활동에 사용돼 온 만큼 대부분의 국가에 기반시설이 이미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암모니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8000만t이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120개 항구가 암모니아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다만 유독성 물질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녀 장거리 수소 운반용이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산업용 수요, 암모니아 추진선 등 한정된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파트너사인 호주 오리진 에너지(Origin Energy)가 생산한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꾼 후 국내로 들여와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정밀화학, 한국조선해양, HMM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그룹 차원에서 중동 등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들여오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상암 수소충전소 전경.
서울 상암 수소충전소 전경.

◆고압기체 수소, 고압저장용기 개발 등 ‘역전’ 노려

고압기체 수소는 액화수소와 암모니아에 경쟁력이 밀려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하지만 고압기체 수소가 여전히 경쟁력을 지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고압기체 수소는 대부분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운반되고 있다. 여기에 탑재되는 저장용기는 200bar 수준의 저압 저장용기로 수소를 대량 운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압기체 수소가 액화수소에 비해 경제성 측면에서 밀린다는 평가도 바로 대량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700bar 이상의 고압저장용기가 개발된다면 한 번에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게 고압기체 수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통용되는 저장용기는 금속 소재의 타입1 저장용기인데 탄소복합소재를 적용한 타입4 저장용기가 등장하면 수세에 몰린 고압기체 수소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소충전소 구축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복합소재를 적용한 고압저장용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액화수소 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우월할 수 있다”며 “액화수소는 LNG 냉열을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돼 고압기체 수소와의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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