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첩첩산중인 규제를 겨우 넘어서면 그다음엔 관계자들과의 갈등 해결이라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죠. 우리 일이 정부가 필요할 땐 가져다 쓰는 기간산업이고, 만들 땐 남이 하는 민간산업입니까?”

최근 취재차 만난 한 집단에너지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사업자의 힘만으로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가 쉽지 않은데, 정작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1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단어는 ‘갈등’이다. 기자라는 직업상 미디어와 친숙한 이유도 있겠지만 유독 올해는 갈등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보인다. 지역갈등을 넘어 이젠 세대갈등과 젠더갈등까지. ‘갈등의 시대’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크게는 에너지 정책을 원전 위주냐 신재생 위주냐부터, 좁게는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발전소 관계자들이 대립한다.

특히 최근 집단에너지시설을 두고 말이 많다. 이미 재가동을 시작한 나주SRF발전소부터 증설을 준비 중인 대전열병합발전소, 마곡지구에 들어설 서남권집단에너지시설까지 갈등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양 측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자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두 쪽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삶의 필수인 에너지를 위해 노후화하고 성능이 떨어진 시설을 바꾸거나 부족한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만들려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반대로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말대로 환경오염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집 앞에 오염원이 생기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은 없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에선 결국 중재자가 필요하지만, 이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과 관계자들이 대립하며 시간만 보내는 사이, 인지도를 원하는 정치꾼들과 새 먹거리를 찾는 경쟁사업자들이 판에 뛰어들어 질서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

현장에선 “정부가 해결하라”며 청와대 민원까지 올라오지만, 딱히 적극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갈라치기 정부’의 갈등 해결을 위해선 작은 갈등부터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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