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사람을 위한 그리고 사람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2021년은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적용되는 시점이고 또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상향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한 해이다. 이를 위해 세계 121 국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했고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2020년 10월 28일 탄소중립 2050을 선언, 12월 7일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2021년 5월 29일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또한 정부의 탄소중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지자체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위원회, ESG 경영을 선언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연히 국민도 언론을 통해 기후변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는 달리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탄소중립 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탄소배출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탄소를 배출한다. 즉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에너지사용, 교통, 난방, 요리에서부터 도시 계획,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삶의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소비자의 삶 자체를 변화해야 실현할 수 있으며 그 전환 규모와 속도의 이행은 소비자의 지속적인 지원과 참여 여부에 달려있다.

IEA의 Net Zero 2050 자료에 따르면 탄소 누적 배출의 약 55%를 전기자동차 구입, 에너지효율 기술을 적용한 주택 성능 개선, 히트펌프 설치 등 소비자의 선택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또한 선진국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행동을 변화하는 것으로 탄소 누적 배출의 약 4%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 변화는 에너지 수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행동 변화는 소비자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이해하고 정부는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변화가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 투자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다행히 정부도 어느 때보다 소비자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3가지 중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안에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가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고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국민참여분과위원회를 설립해 시민 참여를 높이겠다고 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직도 소비자의 참여가 단순히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 분야와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함은 누구나 동감한다. 하지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우리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전반에 변화를 주어야 하므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건물 및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인식과 행동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당장은 규제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소비자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정당성이 확보되더라도 삶의 질이 저하하거나 편의성이 떨어진다면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도시 내 필수시설과 편의시설을 밀집시켜 평균 이동 거리를 줄이거나 도시 녹색 인프라를 구축해 냉각수요를 줄이고 소비자의 생활방식을 반영해 에너지 가격체계를 구축하거나 디지털화를 통해 서비스 제공을 효율화하는 등 소비자 삶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해야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사람을 위한 그리고 사람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

(The transition to net zero is for and about people, “Net Zero by 2050”, 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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