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사업 5년 정권이 좌지우지해선 성과 창출 어려워”
“일본 등 사례 참고해 중장기적인 개발·투자 감행해야”
“전문가 육성·북한 자원 활용방안 모색 등 대비도 필요”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이미 도래했습니다. 원자재 정책을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불가능합니다.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사진>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증함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원자재 수급 정책의 부재’를 꼽았다. 정치논리로 인해 선제적인 정책 수립 및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같은 피해는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은 금속광물·비금속광물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거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시장이 슈퍼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에 진입한 데다, 코로나19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며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업종 특성상 철·구리 등 사용량이 많은 전력기자재 제조업계도 단가상승·자재 수급 난항 등으로 인해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문제도 있지만, 사실 원자재 가격은 2016년 후반기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며 “당장의 수급 애로 해소가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특히 정치 논리로 인해 최소 10~20년이 소요되는 국가 자원사업이 거의 멈추다시피 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교수는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장기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자원사업을 5년 정권이 뒤집어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주요 생산국의 광업권을 해당 국가의 정부 및 선투자한 일부 국가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경제·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의 구리 개발정책을 거론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최근 스미토모상사가 캐나다 최대 광산업체인 텍리소시스와 칠레 북부 타라파카 지역의 케브라다 블랑카 구리광산 2단계 개발에 총 47억달러(약 5조3415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케블라다 블랑카 구리광산은 올 하반기부터 28년간 연평균 94만6000t의 구리 정광을 생산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9년 한 해 34억4800만달러어치의 구리 182만t을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칠레 산토도밍고 등 해외 구리광산 지분을 잇따라 매각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리는 2차전지 배터리와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 중 하나다.

강 교수는 “전문가들은 기존 해외 광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지만 정부 정책은 그대로”라며 “광업권 확보를 위한 투자와 함께 정부 단위로 업무협약(MOU) 체결해 정보를 얻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수급 현황에 따라 산업계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자재 수급 정책을 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접근법도 주문했다.

강 교수는 “광물공사가 호주 와이옹 광산 지분을 사들이고 채광허가를 승인 받는 데 24년이 걸린 사례만 봐도 자원개발에는 오랜 기간과 전문적인 기술,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광물공사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되, 이참에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반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밑준비도 시작해야 한다”며 “한반도 전역의 자원을 공동조사하고, 양국 전문가 간의 교류의 장을 열어야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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