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자 한겨레신문은 세계 탄소감축을 따라가지 못하면 한국기업의 수출손실은 약 1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카본데이티드 보고서((Report on Carbon Dated, 21년 6월 7일)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해 글로벌 대기업의 15%가 탄소중립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업체와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회장인 빌 윈터스는 글로벌 대기업이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공급업체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와 금융권도 적합한 인프라 구축 및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UN기후행동 및 재정 특사인 마크 카니는 올해 11월 글래스고우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6)에 대비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금융연합(GFANZ: The Glasgow Finance Alliance for Net-Zero)을 발족했다. 마크 카니는 현재의 생산방식을 유지한다면 지구온도의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고 금융이 탄소배출 산업에 지금과 같이 자금을 공급하는 한 기업은 생산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기업에 대한 투자기준에 은행의 금융지원과 연관된 탄소배출량을 나타내는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 기준을 포함시킴으로서 탄소중립을 이행하고자 한다. 은행의 녹색금융정책은 은행의 탄소배출량에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아니다. 선별적이고 제한적인 투자를 통해서 은행의 투자대상이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투자유치를 위한 기후행동을 강제하게 된다. 금융기관의 대출 및 투자 행위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기타간접배출에 해당된다.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이 탄소의 직접배출과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을 의미하는 반면 기타간접배출은 탄소배출의 발생과 연관된 간접적 지원행위를 말한다.

금융기관은 2019년 9월 탄소회계 금융협회(PCAF, 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를 설립하여 금융배출량의 일관성 있는 회계 및 공시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를 위하여 금융기관들은 과학기반목표사업(SBTi, Science-Based Targets initiative)을 설립하고 기업의 탄소감축 활동과 기술개발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업에 기술을 지원한다. 각 산업들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준을 변경한다. 지금까지 국가가 주도하는 탄소세와 탄소배출량 제한 등의 정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대규모 기업에 주로 영향을 미쳤지만 은행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즉, 금융배출량에 대한 선별적 투자는 대기업에는 투자의 방식으로 중소기업에는 지원의 방식으로 모든 기업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의해 강제되는 기업의 탄소감축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다. 산업자본에 대한 금융자본의 개입이다.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개입은 피할 수 없으며 탄소감축을 위한 사회적 요청이기도 하다. 탄소세와 같은 정책은 정부에 의해 통제가능하며 기업의 탄소감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행동의 최종적인 선택은 기업에 있다. 하지만 은행의 금융배출량기준과 과학기반목표에 따르면 기업은 정책을 선택할 수 없다. 은행이 제시하는 기준 혹은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면 투자를 받지 못한다.

은행의 기후행동은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경제생태계에 있어서 기업의 생산행위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고 소비자들의 수요는 기업의 생산능력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투자행위는 기업의 산업설비에 대한 요구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다른 여건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는 소비자가 주권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금융배출량기준은 금융투자가 생산 공급에 대한 결정자 역할을 하게 만든다. 금융이 소비의 형태마저도 결정하게 된다.

종교, 문화 그리고 경제 생태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동의 주장은 금융도 역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녹색금융에 의한 시장교란이 시작되기 전에 국가와 기업의 자발적 탄소감축이 시도되어야 한다. 국가는 녹색기술혁명을 통해서 탄소량을 제어감축하고 기업은 녹색경영 통해 탄소배출을 감소해야 한다. 각 국가와 기업은 범지구적 탄소감축을 위한 국제협력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탄소세와 기후변화대응기금은 녹색기술혁명을 위한 정책이다. 녹색기술은 탄소제로 사회로 가기위한 인프라이며 탄소세를 통한 기후변화대응기금은 그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기업은 탄소중립금융연합이 제시하는 탄소회계 관리기준을 도입하여 탄소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탄소배출에 대한 관리와 탄소세 등 국가정책을 반영하는 관리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글래스고우에서 열리게 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녹색금융은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국가와 기업의 양보를 주장할 것이다. 한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현하는 녹색기술혁명과 녹색경영체계를 통해서 녹색금융에 앞서는 기후변화경제생태계 구축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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