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만9220t 초고압케이블 생산, 세계 최대 규모 자랑
작업자・관리자 간 소통, 업무 효율성 극대화
물류자동화・중앙처리 시스템 도입
자연 채광과 환기 시설, 오폐수 재활용 등 친환경 시스템 채택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내부 전경.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내부 전경.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최근까지 전선업계의 큰 관심 중 하나는 ‘대한전선의 새 주인이 누가 될까’였다. 마침내 호반그룹의 가족이 된 지금, 이제 관심은 대한전선이 어떻게 옛 위상을 회복하느냐로 바뀌었다. 올해 내로 대규모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신공장을 착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한전선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당진공장을 찾아 대한전선의 저력을 엿봤다.

서울에서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한낮의 당진시는 차도, 사람도 적은 한적한 분위기였다. 시내를 벗어나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조금 더 달리다 보니 논밭 한가운데 유달리 우뚝 솟은 빌딩이 눈에 띈다. 대한전선의 초고압케이블 생산설비 중 하나인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 타워다.

이윽고 당진공장에 도착해 보니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방문했던 다른 전선회사의 공장들의 경우 대부분 큰 공장건물 한두 개가 전부였는데, 입구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단일전선 공장으로 세계최대인 35만㎡(약 11만평), 축구장 크기의 50배에 달하는 당진공장의 거대한 규모가 실감났다. 특히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배치돼 있어 잘 정돈된 삼성전자의 사업장이 떠올랐다.

이곳 당진공장은 초고압, 산업전선, 소재, 통신, 부스덕트 등 5개 단위로 구성됐으며 협력인원까지 합쳐 594명이 근무하고 있다.

안내를 받아 먼저 대한전선의 역사가 담긴 소개 영상을 보는 중, 출연한 작업자들의 조끼에 적힌 ‘불량’, ‘죽음’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 지금은 좀 더 순화된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품질에 대해 대한전선이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승합차에 올라 곳곳에 보관된 거대한 드럼들을 지나 SCR(Southwire Continuous Rod System) 공장에 도착했다. 전선의 주요 원자재인 구리를 용해로에서 녹여 다양한 크기의 전선 원형을 뽑아내는 곳이다. 제작에 필요한 규격에 맞춰 직접 구리가닥을 생산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당일에는 용해로가 운영되고 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사뭇 다른 열기가 느껴졌다. 칠레, LS니꼬동에서 공급받은 구리는 이곳에서 1200도의 고온과 함께 용해, 주조의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가스와 공기 비율은 자동으로 조절되며 녹은 구리는 주조냉각시스템이 일정하게 나오도록 컨트롤 한다.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VCV 타워에서 내려다본 모습.
대한전선 충남 당진공장 VCV 타워에서 내려다본 모습.

다음으로 초고압케이블 공장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부터 공장의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한다. 공장의 높이는 무려 24m로 항만에서나 볼 수 있는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겐트리 크레인을 활용함으로써 제품 보관 및 장소의 효율적 운용이 가능해져 제품 상하차 시간이 대폭 단축됐으며 지게차 동선을 없애 위험 요소를 최소화했다”며 “당진공장을 생산·관리·물류 기능으로 유기적으로 구획 및 연결하여 이동 동선의 간섭을 줄임과 동시에 작업자와 관리자간의 소통 및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SCR 공정에서 만들어진 도체 가닥을 필요한 굵기로 뽑아내고, 이를 일정한 피치로 꼬는 연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꼬인 선들은 과정을 거칠 때마다 두꺼워지다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졌고, 부채꼴이 모여 다시 거대한 하나의 선으로 거듭나며 초고압케이블의 도체로 탈바꿈했다.

당진공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VCV타워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로 안내받았다. VCV타워는 초고압케이블의 절연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절연작업은 고체인 도체를 수평으로 이동하며 액체인 절연체를 덧씌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초고압케이블의 경우 케이블을 수평으로 늘어뜨리면 무게로 인해 쳐지는 부분이 생겨 균일한 작업이 힘들다. 때문에 고층의 VCV타워에서 케이블을 끌어 올린 후 내려갈 때 균일하게 절연체를 씌우는 것이다.

VCV타워는 높이는 160.5m로 건물 50층에 달하며 총 3기의 VCV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타워의 높이는 전선 제작 속도에 비례하는 만큼 당진공장의 생산속도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다양한 시험검사장비도 당진공장의 자랑이다. 당진공장은 엑스레이, 초음파 등 각종 품질 검사 장비를 공정마다 갖추고 있으며 AC내전압 테스트, 부분방전(PD)시험, 고전압 시험장치와 각종 지그, 실드룸, PQ테스트필드를 보유하고 있다.

김윤수 총괄공장장(초고압사업부 부사장)은 “전선 형태를 모티브로 해 독창적인 외관을 가진 당진공장은 물류자동화와 중앙처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자연 채광과 환기 시설 및 오폐수 재활용 등 친환경 시스템을 채택했다”며 “연간 25만여 t의 케이블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으면서 이전 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은 세계 제조업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성과”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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