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배전업체들, 여입 물량 못구해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한전 공사를 담당하는 배전업체들이 여입(반납)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구리를 비롯해 주요 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돈 주고도 물량을 못 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배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계약하는 배전공사 전문업체들은 최근 여입 물량을 구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입이란 배전 설비의 부품 교체 공사를 마치고 사용된 폐자재를 한전에 반납하는 일을 말한다. 업체들은 자재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한전으로부터 조달받아 교체 공사만 수행하기 때문에 교체 후 발생한 기존 자재는 한전에 반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재 분실 등으로 반납 물량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점이다.

한 배전전문기업 대표는 “작업을 마친 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이 분실되곤 하며 이런 폐자재만 노려 훔쳐가는 이들도 있다”며 “loss(물량손실)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물량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자체 비용으로 시중에서 자재를 구매해 한전 반납 물량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리 등 일부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선 업체들이 돈을 주고도 물량을 못 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쳤던 국제 경기의 회복 기대감과 중국 등의 수요 증가로 구리와 철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리의 국제 가격은 지난 2011년 2월 이후 10년 만에 t당 1만달러를 넘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 역시 t당 200달러에 육박하며 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선 배전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장에서 주로 물량손실이 발생하는 자재는 피복고동과 절연전선, 고철 등인데 특히 피복고동과 고철이 물량 가뭄이라는 설명이다. 피복고동은 피복을 입힌 동(구리)으로서 구리가 주요 자재며 고철은 말 그대로 철이 있어야 생산이 가능하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현장 하나하나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을 1년치로 모으면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가까이 된다”며 “중소기업에게는 적잖은 규모”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관련 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은 이러한 현장의 물량손실을 한전과의 계약 금액에서 공제해주는 방식을 원하는 분위기다. 부족한 자재 가격만큼 계약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요구는 대량으로 물량을 사들이는 한전의 구매 단가와 업체가 시중에서 소규모로 구매하는 단가와의 차이가 큰 데서 나온다. 이 관계자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자재를 되파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로 업체들의 물량 구하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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