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에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3달러 돌파
에쓰오일 1분기 매출 5.3조...GS칼·현대오일 넘어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위치한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올레핀 하류시설(ODC) 설비.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위치한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올레핀 하류시설(ODC) 설비.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국내 정유산업이 여전히 수출은 어렵지만 정제마진 상승으로 적자 탈출에 성공하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수요 급감 위기에서도 가동률 유지와 석유화학 강화 등의 공격적 전략을 펼쳐 업계 2위로 부상했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마진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운영비와 원유가격을 뺀 단순 마진을 뜻하는 것으로 정유산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4월 5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정제마진은 1.4달러로 시작해 2월 4주에 2.8달러까지 올랐으나 다시 내려갔다가 4월 2주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석유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며 총 5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정제마진은 줄곧 플러스를 보이는 가운데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3달러 이상까지 올라 2분기부터는 정유업계에 본격적인 이익을 안겨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석유협회는 올해 1분기 정유산업 동향에 대해 “지난해 1분기에는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62.3달러로 제품수출단가 60.5달러보다 높아 경영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지만 올해는 제품수출 단가가 67.6달러로 원유도입단가 58.1달러보다 9.4달러 더 높아졌다”며 “석유수요 급감과 저장용량 한계로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을 했던 지난해에 비해 수출체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정유사업은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에쓰오일의 부상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액 5조3448억원, 영업이익 62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원 적자에서 대탈출을 보였다.

특히 에쓰오일 실적은 GS칼텍스과 현대오일뱅크를 넘어 SK이노베이션에 이은 2위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1분기 추정 실적은 ▲SK이노베이션 매출액 9조9192억원, 영업이익 6531억원 ▲GS칼텍스 매출액 4조2700억원, 영업이익 4647억원 ▲현대오일뱅크 매출액 4조5365억원, 영업이익 4128억원이다.

그동안 정유업계 실적은 정제설비 규모에 좌우됐다. 정제설비 규모는 하루 당 SK이노베이션 84만배럴, GS칼텍스 80만배럴, 현대오일뱅크 69만배럴, 에쓰오일 66만9000배럴로 거의 이 순서대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제는 화학설비 규모가 업계 순위를 좌우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8년 총 5조원을 투자한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준공했다. RU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설비이며 ODC는 잔사유 분해시설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투입해서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설비이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 실적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2018년 8%에서 올해 1분기 19%로 급증했다.

에쓰오일의 1단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평가되면서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하는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건설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협업을 통해 지난해 수요 급감 속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의 정제설비 가동률을 보인 것도 순위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