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브로커 대형 프로젝트 미끼로 국내 업체에 시범설치 요구
시범 끝나면 잠적, 피해 구제도 어려워…코로나19로 어려운 업계 상황 노려
해외 수주 신중론 대두, “국가 신뢰도 및 경제력 등 따져야”

해외에서 국내 조명업체를 상대로 제품 시범설치를 가장한 먹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해외에서 국내 조명업체를 상대로 제품 시범설치를 가장한 먹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해외 개발도상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미끼로 국내 조명업체들에 LED조명 설치를 요구한 뒤 시범설치가 끝나면 연락을 끊는 ‘먹튀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치열한 국내 LED조명 시장으로 인해 해외에 눈을 돌린 조명업체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파렴치한 행위이지만 피해를 입어도 마땅한 구제책이 없어 업체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LED조명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할 때 한창 이슈가 됐던 해외 브로커들이 최근 들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조명업계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이 거주 국가의 정책 관계자를 연결해 주겠다면서 국내 조명업체에 시범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브로커 활동이기 때문에 연락을 받은 업체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우리 교민들을 통해 국내 업체에 접근하는 것은 이미 조명업계에서 암암리에 알려진 행위다.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생 조명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데다 해외 수출을 원하는 기업 또한 많아 브로커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런 상황을 노리고, 브로커들은 ‘개도국에 LED조명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데 일단 시범설치를 해서 제품 성능을 현지에 보여주고, 만약 별 문제가 없다면 그 프로젝트를 귀사와 연결시켜주겠다’는 식의 감언이설로 꼬인 뒤 실제 제품설치가 끝나면 연락을 끊어버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피해를 당하더라도 구제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시범사업 명목으로 제품을 설치한데다 구두로 본 사업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손실을 보존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조명 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법적 공방에 나서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수년 전 브로커들의 연락을 받고 해외 사업을 추진했던 업체들 중 다수가 심각한 손해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한 조명 상장사는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공장까지 인수했으나 이후 브로커와 연락이 끊겨 아직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으며, 또 다른 업체는 우리 정부의 소개로 타 국가의 정책 관계자를 만났음에도 시범설치 후 연락이 끊긴 사실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에 제품과 설치인력을 보내는 등 큰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면서 “국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그런 기회를 그냥 넘기는 게 경영자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조명업계에서는 해외사업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혹할 만한 대형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가 들어오더라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에 경쟁이 붙을까봐 폐쇄적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신속하게 제품이 설치되지 않으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브로커의 블러핑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 등 경제력이 빈약한 국가에서 우리 교민을 통해 들어오는 접근은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인연도 없던 한국의 조명업체에 그 사업을 몰아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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