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 시작한 반도체 부족현상이 조명업계와 배선기구 업계를 덮친 지 오래다. 조명과 배선기구는 제품에 따라 10~20여 가지의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는데 대부분 부품들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7~8배까지 가격이 뛰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당장 피해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품 생산 원가가 올라간 것은 당연한 데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폭등한 가격에도 제품 수급이 어렵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1달이면 수주 받을 수 있었던 부품들이 지금은 4~5달씩 밀려 있어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건설사와 연단가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의 경우 보통 2~3년 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기 때문에 현재 폭등한 반도체 가격이 전혀 현장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격 상승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관급 현장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기업 간 신뢰를 위해 적자를 보면서 물건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 마저도 재고가 없는 업체들은 시공일을 맞추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심각한 현장상황에도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 산업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조명이나 배선기구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산업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업체들이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은 지자체‧건설사 등 발주처에서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주고 납기일을 미뤄주는 등의 조치다. 또 반도체와 함께 덩달아 상승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국가차원의 모니터링과 공급 안정화 노력도 필요하다.

발주처에서 이런 조치를 스스로 취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정부의 중재가 동반돼야 한다.

규모가 작은 산업들은 현재 대형 산업에 머니파워(Money Power)에서 밀려 더욱 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의 관심이 대형 산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부 산업으로 조금씩 내려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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