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되는 공공계약의 경우, 사인 간에 체결되는 일반적인 계약과는 달리 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 일방 당사자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공공입찰 절차에서 낙찰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발주기관은 종종 당초 입찰공고에 명시돼 있던 계약조건, 계약내용 등의 변경·추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발주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입찰참가업체로서는 위와 같은 발주기관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공입찰, 공공계약의 절차에 관해 발주기관이 상당한 재량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낙찰자 결정 이후 입찰공고상 명시돼 있던 계약조건, 계약내용을 상당한 정도로 변경해 낙찰자에게 계약체결을 강제하는 것까지 재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 대법원은 낙찰자의 결정으로 바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볼 수는 없고 낙찰자는 발주기관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데 그치므로 낙찰자 결정의 법적 성질은 입찰과 낙찰행위가 있은 후에 더 나아가 본계약을 따로 체결한다는 취지로서 계약의 편무예약에 불과하다고 보면서도 계약의 목적물, 계약금액, 이행기 등 계약의 주요한 내용과 조건은 입찰공고와 최고가(또는 최저가) 입찰자의 입찰에 의해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됨으로써 발주기관이 낙찰자를 결정할 때에 이미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발주기관이 계약의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계약의 주요한 내용 내지 조건을 입찰공고와 달리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성립된 예약에 대한 승낙의무에 반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즉 위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41604판결에 의하면 발주기관은 낙찰자 결정 이후 입찰공고문에 기재된 세부적인 내용을 조정하는 정도의 변경을 낙찰자에게 요구할 수 있으나, 계약의 주요한 내용·조건은 변경·추가할 수 없게 되고, 발주기관이 이러한 주요 내용·조건의 변경·추가를 낙찰자에게 요구하는 경우, 낙찰자는 발주기관과의 계약체결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낙찰자 결정 후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 무리한 내용의 변경, 조건의 추가를 요구하는 경우, 입찰참가업체로서는 이와 같은 부당한 발주기관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고, 향후 추가적인 분쟁을 대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유한) 주원 김민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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