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제정, 세계시장 진출의 첫 걸음”

박인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전기전자에너지 연구소장.
박인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전기전자에너지 연구소장.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1880년대 후반, 미국의 니콜라 테슬라와 토머스 에디슨은 전력의 송전방식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에디슨은 직류(DC), 테슬라는 교류(AC)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흔히 ‘전류전쟁’(War of Currents)으로 알려진 일화다. 전기의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건 끝에 결국 테슬라가 승리했고 교류는 지금까지도 전기시스템의 표준으로 통한다.

이처럼 표준은 산업 전체의 판도를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국내 인증 및 표준 분야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 권오정), 그중에서도 핵심인 전기전자에너지연구소는 과10년전 화학시험연구원, 전자파시험연구원이 통합하면서 더욱 규모를 키워 새롭게 탄생했다. KTR은 현재 전기, 전자뿐만 아니라 화학‧환경, 토목‧건축, 소재‧부품, 의료‧헬스케어, 국방‧기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시험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약 4개월이 지난 박인수 전기전자에너지연구소장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등에서 활동한 표준, 안전, 규제, 적합성평가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달 KTR과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사장 홍성규)이 맺은 전선 시험·인증 업무협약의 책임을 맡은 그는 전선산업의 표준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고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규격화가 필요하다”며 “국내기업들은 표준제정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선조합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올해 중점 사업 중 하나인 단체표준 발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선의 시험, 평가, 새로운 전선의 성능 등에 대해 KTR의 시험인프라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 소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전선업체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표준화를 도울 것”이라며 “나아가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단체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KTR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사업을 통해 해외인증획득 비용의 70%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1381 인증표준 콜센터를 운영해 표준, 안전, 인증 등과 관련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박 소장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가장 첫 번째 수단이 표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표준은 내 기술을 세계시장에 보급하기 위한 첫째 도구로 KTR은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아이템도 표준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도 그들의 기술 표준을 따르도록 아시아권 수출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량, 안정성 등에 대한 표준이 없으면 사용자들이 충분히 제품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그에 대한 표준도 같이 공급해야 시장 확대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에너지 분야의 시험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화재 및 폭발 이슈가 있었던 ESS와 배터리 분야에 있어 안정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역량을 높여왔다.

특히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사용이라는 과제 연구를 진행 중으로 관련 표준 확립과 재활용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 소장은 “최근 이슈들은 우리나라가 ESS를 선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라고 본다”며 “다행히 지금은 여러 단체와 업계가 참여해서 해결방안들을 고민하고 있고 점점 개선되고 있는 만큼 문제들이 곧 해결될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향후 4차산업, 그린뉴딜 등 국가발전정책에 맞춰 국내산업의 표준화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소 부족했던 소프트웨어 분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소장은 “전기전자에너지는 디지털 모빌 같은 4차산업뿐만 아니라 그린뉴딜과도 밀접한 관계 있다”며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융복합 서비스를 통해 KTR이 국내 최고의 시험기관으로 발돋움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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