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명이 일터에서 죽는 대한민국…부끄러운 자화상

2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2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1)2020년 산업재해 사망사고자 2062명…‘산재후진국’ 오명 언제까지?

(2)산업재해 예방 어렵지 않아요 -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

(3)시공현장 감전사고 사례(1)

(4)시공현장 감전사고 사례(2)

(5)2021년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이런 일을 합니다 – 산재예방 사업

(6)[기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등장배경과 시사점(산업안전보건연구원 정책제도연구부 김명준 부장)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국어사전에서 ‘안전’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정의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면 이런 사고나 재해를 유발하는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없거나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터가 ‘정말 안전한가’ 혹은 ‘사고의 위험요소를 충분히 관리하고, 예방할 대책이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현장이 얼마나 될까.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을 국정과제의 높은 순위에 올려놓고 여러 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2021 산업재해 사망자 수 감소 대책’ 등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일이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일까. 기자가 글을 쓰는 4월 28일은 ILO가 지정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하지만 산재노동자를 기리고 기억하기로 한 오늘도 한 가정의 기장이자 누군가의 자녀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예방 정책과 지원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산업재해와 안전관리 실태 등을 점검해보고, 실질적인 산재사고사망자 감소 방안 등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다.

더 이상 위험한 일을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고, 산재사망은 사고가 아닌 살인임을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2020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0여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1월에는 인천 남동공단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 경북 구미에서, 3월에는 충남 당진과 논산의 한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7호선 상동역 변전실 폭발사고로 작업자 2명이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1897만4513명이다. 이 가운데 재해자 수, 즉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질병이환자는 10만 8379명에 이른다. 노동자 190명 중에 한명 이상이 현장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질병을 얻는 상황이다.

2020년 한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206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82명, 질병사망자는 1180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최근 3년 동안으로 기간을 넓혀보면 사망자수는 2018년 2142명, 2019년 2020명으로 2017년(1957명) 이후 매년 2000명을 넘겼다. 최근 3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6명의 노동자가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주로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2020년 한해 동안 건설업에서는 567명(27.5%)이, 제조업에서는 469명(22.7%)이 각각 사망했다.

현장의 특성상 건설현장에서는 추락사고가, 제조현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 프레스 등에 끼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추락 및 끼임사고는 재래형 재해, 후진국형 재해로 분류된다. 기본적인 안전조치나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별 산재의 차이도 존재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1303명(63.2%)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60명, 300인 이상 1000인 미만인 사업장은 255명, 50인 이상 100인 미만은 160명의 사망자가 각각 발생했다. 반면 1000명 이상이 작업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84명으로 가장 적었다. 상대적으로 안전 환경이 열악한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공포일 이후 1년이 지난 뒤 시행된다. 그나마도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인 사업장은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고, 5명 미만의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작은 사업장에서의 산재사망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 법 시행이 실제 산재 사망자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없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산재사고의 원인이나 유형에 대한 분석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의 사고사망자 수가 눈에띄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전년대비 27명 늘어났다. 산재사망자 감소를 목표로 쏟아낸 정부의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법제도적인 측면의 접근보다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고, 사업주와 작업자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처벌을 강화하고, 촘촘한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현장의 인식과 관행, 사업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될 공산이 크다. 며칠 전 한 공사현장에서 본 현수막의 문구가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현장은 다치면서까지 해야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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