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장시간 멈췄던 ‘산업재해 시계’가 다시 한 번 흐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산업현장의 안전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법 제정·개정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 창출된 성과만 해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제정된 데 이어 최근 이은주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도 다시금 산재 감소를 위한 각오를 다지며, 관련 정책 드라이브를 시사했다. 지난 3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2021 산재 사망사고 감소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중대재해법 본격 시행을 1년여 앞두고 마련된 이번 대책은 ▲건설 현장의 규모별 특성을 고려한 사망사고 예방 정책 ▲태양광 설비 시공, 벌목 현장 등 사망사고 증가 현장 안전관리 강화 ▲안전관리 불량사업장에 대한 점검 및 감독 강화 등의 방안을 담았다.

또 중대재해법의 하위법령을 이른 시일 내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혀, ‘산재 감소를 위한 사업주의 책임 강화’라는 정책의 대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산업안전계와 노동계는 비로소 국내 산재 체계를 재정비할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고도화가 이뤄지는 동안 산재 감소를 위한 노력은 도외시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산재로 인한 경제손실추정액 연간 약 22조원 등의 부끄러운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지표는 ‘성장’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달려온 한국 산업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경재계는 여전히 산재 감소 정책 흐름에 저항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최근에도 “중대재해법은 모든 의무와 책임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보완입법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전환에 가까운 변화가 수반되는 만큼 실제 이해당사자들 간의 목소리와 요구는 세밀히 조율돼야 한다. 다만 어렵계 만들어진 산재 정책 혁신의 모멘텀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 국내 산재 정책은 한 발 후퇴하기에는 너무 뒤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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