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지난 1965년 도입된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정부(옛 중소기업청장)가 지정하고 공고하는 물품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정부 투자 기관에서 구매할 때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 계약을 체결해 조달하는 중기지원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중소기업 제품의 안정적 판로확보’라는 도입취지와 달리 조합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조합 이사장과 그 주변의 조합원들만 물량을 독식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조합 이사장 선거가 열리는 해가 되면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난립하고, 투서, 고소·고발 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결국 단체수계 제도는 소수 기업에 의한 시장독점과 경쟁력 약화, 물품 배정 과정의 비리와 잡음 등 여러 부작용만 남긴 채 2007년 폐지됐다.

조명 관련 조합들도 그 혼돈의 시절을 함께 겪었다.

조명공업협동조합, 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등 국내 조명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조합들도 한때 단체수계의 혜택으로 자산과 인원을 크게 늘려 남부럽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단체수계가 폐지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그 때문인지 조합 이사장 임기가 끝나면 후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조합 이사장을 맡아봤자 본인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없는데, 누구 힘든 자리를 수락하겠나.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의 새 이사장으로 김복덕 소룩스 대표가 나섰다. 그는 기자에게 15년 전에 조합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사장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단체수계 폐지 문제로 조합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던 2006년 2월 제12대 전등기구조합 이사장 선거에 출마해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2위로 낙선한 바 있다.

2006년 당시 그는 “이사장 선거는 회원사의 대표 심부름꾼을 뽑는 자리다. 회원사가 우러러 볼 인물, 떠받들어줄 사람을 선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조합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다. 개혁을 역동적으로 펼쳐야 할 때다. 그래야 조합이 산다”고 주장하면서 선거에 뛰어들었다.

출마의 변을 곱씹어 보면 2006년이나 지금이나 조합 상황, 그리고 조명산업의 암울한 미래는 똑같다고 김 이사장은 느끼는 듯하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신임 이사장에 선출된 총회 자리에서 정부의 각종 입법·인증규제에 대한 조직적 대응, 그리고 조합의 새 보금자리가 될 신규사옥 마련과 조합 상호 개선을 언급했다.

이는 안정적인 조합 운영을 위해 재정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이슈에 적극 대응해 조합이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심에 서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 이사장의 조명산업에 대한 애정, 그리고 조명기업 소룩스의 상장을 주도했던 강력한 리더십이 앞으로 전등조합 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다.

단체수계 폐지 이후 사라진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존재감이 다시 회복되는 놀라운 사건을 전등기구조합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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