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지하철 정보뿐 아니라 전기사용량과 요금 정보도 시간을 만나면서 스마트해져

삼각지에 한 음식점은 11시경이나 13시이후에는 밥값을 깎아준다. 점심시간대 손님이 몰리면 서비스도 부실해지고 기다리가 가버리는 손님도 많으니 음식점에서도 유리하다. 굳이 12시에 먹지 않아도 되는 손님은 싼 시간대에 식당을 찾는다. 줄을 안서도 되고 밥맛도 같고 게다가 싸기까지 하니 좋은 노릇이다. 한 통신사에서는 음식점의 시간대별 방문자 수를 확인해서 바쁜 시간을 피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최근 카드사에서 시간대별 소비패턴에 따라 업종별 할인혜택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오전 이른시간은 편의점 할인, 낮시간은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할인, 저녁시간에는 배달앱이나 인터넷 쇼핑 할인 등과 같은 것이다. 시간대에 맞춰 반응하는 것이 스마트한 소비생활이 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요사이는 스마트폰을 통한 대중교통 앱서비스가 매우 훌륭해졌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 현재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비와 싸우며 버스 정류장에 있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의 앱이 말한다. 내가 원하는 버스가 전전역을 출발하였다고. 서서히 가방을 챙기고 일어설 준비를 한다. 문을 나설 때 다시 확인해보니 전역을 막 출발하였다고 한다. 정류장까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 아주 적당하다. 비오는 날만 좋은 게 아니다. 허겁지겁 일정에 쫓겨 뛰어다니는 샐러리맨도 이제는 하늘을 한 번보고 구름을 한 번 보면서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느새 버스도 와있다.

현재 내 위치가 어딘지 플랫폼이 알고 있고, 버스나 지하철 현재 움직임이 플랫폼으로 전달되고 있고, 음식점에 손님이 많다는 정보가 플랫폼에 실시간으로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주변의 정보들이 시간을 만날 때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태어난다.

전기요금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지는 오래되었다. 2012년 1월 1일 이후 1,000kW이상의 건물에서 300kW이상의 건물까지 확대되었고 일정규모 이상의 교육용 수용가도 시간대별 요금제가 부과되었다. 2012년 11월부터 공공성이 있는 기관, 예를들어 수자원공사, 도시철도공사 등에도 시간대별 요금이 의무화 되었다. 2013년 5월에는 300kW이상의 건물만이 아니라 모든 건물과 공장이 시간대별 요금 대상이 되었다. 예외가 있다. 시간대별 계량검침이 불가한 곳은 일정기간 유예다. 기존 기계식계량기로는 제아무리 용을 써도 시간대별 전기사용량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은 누진제 요금이다. 시간대별 구분이 필요없다. 그냥 한달 얼마나 사용했는지 어떤 구간을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 따져봐서 요금을 부과하면 된다. 그러나 2019년 9월 주택용에도 시간대별 요금을 적용하고자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우선은 소수의 시간대별 구분이 가능한 스마트계량기가 있는 곳이 대상이다.

보름 전 그린뉴딜의 가정용 스마트 전력플랫폼 사업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2년까지 기존 500만 아파트 고객의 계량기를 스마트계량기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스마트계량기를 적용하고 있으니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도 시간대별 계량검침이 가능해진 것이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와이셔츠에서 냄새가 난다. 세탁기를 돌리려니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이다. 저녁 가장 싼 시간에 돌아가도록 예약설정을 했다. 국민DR(에너지 쉼표)이 시작된 지 만 7개월이 되었다. 아직 많은 고객이 참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스마트계량기가 보급되면 누구나 자기가 아낀 전기를 팔 수 있게 된다. 전력거래소에서 30분전에 전기를 줄여달라고 하면 줄일 수 있는 것을 찾아 줄인다. 스마트계량기는 다 알고 있다. 어느 시간에 얼마만큼 줄였는지를. 전력거래소도 요청한 그 시간에 줄인 량을 계산해서 돈으로 준다. 전기요금 1kW를 한시간 사용하면 평균 180원이 드는데, 에너지쉼표에 참여하면 약1,300원을 준다고 한다. 전기 사용을 하지 않아서 절약되는 것은 별도다. 전기사용 정보가 시간을 만났고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늘 그렇듯이 정책만 앞서고 기술만 앞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에게 피부로 다가와야 하고 사용자들이 반응해서 혜택을 봐야 한다. 이제 음식점이나 버스, 지하철 정보뿐 아니라 전기사용량과 요금 정보도 시간을 만나면서 일반 국민들 모두가 전기 사용에 대해 스마트해질 수 있다. 전기를 무조건 사용하거나 무조건 아끼자는 사람은 꼰대취급을 받을 것이다. 때가 되었다. 사용자들과 소통해가면서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삶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프로필

▲건국대 전기공학 박사 ▲(주)파란에너지 대표이사 ▲한국ESS산업진흥회 이사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WG3 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인적자원개발 심의위원 ▲물구나무선 발전소(인포더북스) 저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