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모여살기 시작하며 국가란 것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민은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를 감당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책임을 다하겠다고 서로 약속한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일정 부분 국민의 자유를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합의를 법으로 정하고 시행하게 된다. 민주국가에서는 이 통제의 권한을 국민들 스스로 선출한 정부에게 맡기게 되는데, 다수의 안전을 명분으로 정부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를 놓고 늘 갈등하게 된다.

통제의 방법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놀랍게 발전하면서 지금 인류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수준의 통제가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19세기 말까지 인간의 눈과 귀에 의존하던 감시수단은 전기의 발명에 이은 무선통신기술로 인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이를 활용한 도청과 감청, 원격제어 기술은 극소수 인원으로도 국민전체를 감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정적인 것은 컴퓨터였다.

컴퓨터는 등장하면서 가장 먼저 개인들의 정보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간편함을 이유로, 정부는 관리의 편리함을 이유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행정전산망이 깔리고 은행이 전산업무가 시작되면서, 컴퓨터는 모든 행정 및 세무, 금융거래 내역을 담아냈다. 개인 무선 전화가 보편화되면서는 개개인의 통화 및 문자 송수신 내역뿐 아니라 언제 어느 기지국에 접속했는지를 담아내고 있고, GPS가 설치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는 내가 어느 시간에 어느 건물에 있었는지,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고 무엇을 검색했는지도 ‘Life Log(일상행적기록)’에 담고 있다. 5G시대에 들어서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모든 사물에 부착된 각종 센서가 수집하는 음성 및 영상을 담아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인체삽입형 단말기가 보편화 되고 여기에다 지금 연구되는 뇌의 신경제어기술과 기억을 담아내는 ‘Mind Uploading’ 기술이 적용되면 인간의 사고까지도 원격제어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들의 대부분은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의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이미 우리의 일상에 구현되어 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하이웨이, 와이파이, 안면인식 CCTV, 생체인식 출입인증 등이 그렇다. 또한 전자화폐와 전자서명, 전자상거래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미 중국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여 결제하는 방식이 거의 모든 상거래에 보편화되어 있으며, 심지어 구걸하는 사람도 자신의 QR코드를 깡통에 넣어두고 있는 정도이다.

이와 같이 편리함과 안전을 위해 개발된 모든 기술들은 통제권을 가진 사람이 어느 때든 개개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도 있고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정집회에 어느 지역의 어느 성별과 연령대가 어느 비율로 참석했는지도,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 있던 사람들의 명단도 ‘나는 알고 있다’고 발표한다.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사태의 위중함, 전시(戰時)같은 비상시국, 국민전체의 안전보장 등을 명분으로, 필요하다면 이 첨단 안전 관리 및 금융 체계를 통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대중들은 편리함 때문에, 과학자는 발명 욕구 때문에, 기업인들은 돈벌이 때문에, 권력자는 통제의 용이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정교화 될 것이다.

우리는 기술발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안전함을 즐기면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시대의 문을 열어 놓았다. 특별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별다른 의심을 할 틈도 없이 완벽한 통제사회로의 한걸음을 성큼 내딛게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발걸음은 아마도 ‘안전과 편의’란 명분아래 우리의 정신까지 통제받는 시대를 향해 옮겨질지 모른다. 안전의 수단이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감시할 수단이 없다면, 이를 관리하는 지배층은 통제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고, 그 특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공포스러운 사회로 그냥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막고 감시할 수 있는 주체는 이런 기술을 만드는 과학기술자들밖에 없다.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지키기 위한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책임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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