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철학자이자 화가, 조각가, 신학자, 소설가, 시인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레바논계 미국인이다. 뉴욕에서 4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아랍어와 영어로 쓴 여러 편의 시와 산문을 남겼다. 지브란은 작품에서 기독교를 많이 다루었는데, 특히 영적인 사랑의 주제를 즐겨 다루었다. 그의 시는 번뜩이는 영감이 충만한 언어로 가득하다. 삶의 화두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지브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예언자>이다. 스물여섯 편의 시적인 산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예언자>는 20세기에 영어로 출간된 책 중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었다. 사람들은 이 책을 ‘20세기의 성서’라고 까지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예언자>를 세대 연구자의 시각에서 밑줄을 긋고 메모하면서 여러 번 읽었다. 책을 거듭해서 읽을수록 서로 다른 선후배 세대가 가슴에 깊이 새길만 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정제해낼 수 있었다. 지브란은 시공을 초월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꼰대 탈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되뇌일만한 경구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계명. 가르치려 들지 말기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원의 그늘 아래를 거니는 선생이라 하여도 자신의 지혜를 나눠 줄 수 없는 법입니다. 비록 자신의 믿음과 사랑을 베풀 수는 있어도. 그가 진실로 현명하다면, 그대들에게 자기가 지은 지혜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가진 상상의 날개를 다른 이에게 빌려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들 각자가 스스로 힘으로 신을 깨닫고 있듯이, 그대들은 따로따로 신을 깨닫고 각자 이 땅을 이해해야 합니다.”

2계명. 간섭하지 않고 인정하기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십시오. 마치 기타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에 함께 떨릴지라도 서로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마음을 주되 서로의 마음을 가지려 하지 마십시오.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이 서로 떨어져 있듯이,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아래서는 자라지 못하는 법입니다.”

3계명. 속마음 읽고 아낌없이 내어주기

“남이 부탁할 때 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허나 남이 부탁하지 않는데도 속마음을 읽어 주는 것은 더 좋은 일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사람은 베푸는 일보다 도움받을 사람을 찾는 일에서 더 큰 기쁨을 발견하는 법입니다. 그대들이 끝까지 움켜쥘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습니까. 그대들이 가진 것은 언젠가 모두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주십시오. 그대들 뒤를 이을 아이들에게 주지 말고, 사계절 내내 아낌없이 주십시오.”

4계명. 남보다 내 허물부터 살펴보기

“자신의 허물은 벗지 못하면서 남 보고는 벌거벗고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하는 늙은 뱀은 어떻습니까. 혼인 잔치에 일찍 일어나 잔뜩 먹고 지칠 때까지 놀고 난 뒤, 돌아가면서 모든 잔치는 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잔치 손님들은 모두 범법자라고 하는 자는 어떻습니까.”

5계명. 후배를 시간 때우는 도구로 삼지 않기

“시간을 적당히 때우기 위해 친구를 찾는다면 그 친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언제나 시간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친구를 찾으십시오. 친구는 그대들의 공허함을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그대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우정의 따스함 속에 웃음이 깃들도록 하십시오. 마음은 하찮은 이슬 한 방울에서도 아침을 발견하고 생기를 되찾기 때문입니다.”

6계명. 아름다운 언어 사용하기

“말이 많아지면 생각의 반은 죽게 됩니다. 생각이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아서, 말의 감옥 속에서 날개를 펼 수 있을지 몰라도 날아오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이 길거리에서나 시장에서 친구를 만나거든, 그대들 안의 영혼이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굴리게 하십시오. 그대들 내면의 목소리가 그의 내면의 귀에 속삭이도록 하십시오. 그의 영혼은 그대들 마음의 진실을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 그대들의 몸은 그대들 영혼의 하프. 그 하프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뽑아낼지 혼탁한 소리를 낼지는 그대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상은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를 통해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던지는 여섯 가지 메시지다.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를 대할 때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그럼 함께 있는 그곳이 아름다운 천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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