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셋째 일요일 현재, 코로나19에 의해 지구상에는 누계 232만9651명의 확진자, 59만5433명의 완치자, 16만7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0년 벽두부터 중국의 코로나19가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고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를 거의 마비상태로 만들더니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마스크 쓰는 것을 이상해하던 미국 시민들도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매주 금요일이면 락다운된 뉴요커들이 병원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들과 구급요원들에게 감사해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로마에서는 아파트의 집집마다 노래와 연주가 흘러나와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선언과 함께 두 가지를 방안을 제시했다. 30초간 손 씻기, 소셜 디스턴싱(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쉽지 않다. 30초 동안 마카레나 춤 동작같이 절차를 따라 손을 세척하라는 것, 손으로 얼굴과 마스크를 만지지 말라는 것은 KCDC의 본부장이나 감염내과 교수조차 ‘아차!’하며 실수를 연발할 것 같고, 이미 너무나도 섞여버린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니… 전문가들은 물리적 거리두기로 고쳐 부르자고 하는데 한 가족의 집이 얼마나 넓어야하고, 자가용은 얼마나 커야한다는 말인지…

얼마 전 총선이 있었다. 아베과 자민당이 개헌의 발판으로 여기는 동경 올림픽이 취소가 아닌 IOC에 의해 연기가 되었고, 국경차단령이 내려진 서방국가들이 대한민국이 코로나19의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야 되는 총선을 치른다고 하니,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았다. 학원과 코인노래방을 버젓이 다니는 중고등 학생들조차 정부에서 개학을 미루니 지겨움에 몸을 비틀고 있고, 대학교조차 감염과 전염을 두려워하고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하는 기현상이 뉴노멀이 되는 이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선거를 한다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시행을 가로막은 제20대 국회의 파렴치한들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열망은 코로나19 환자의 체온보다 더 뜨거웠던지, 투표율이 60%를 넘기기까지 했다. 국내언론들이 촬영한 현장의 모습에서 소셜 디스턴스가 잘 지켜지는지 봤더니, 마스크 대란 때 보인 구입할 때의 긴 행렬에서 사람들의 간격과 유사하게 2m보다 짧은 것이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끼고 줄 선 사람들은 서로 말이 없었는데, 거리가 30cm라도 소셜라이징(사람 사귀기, 엘보우 러빙)이 없으니 소셜 디스턴싱은 지켜진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두기의 거리보다 더 길 수도 훨씬 더 짧을 수도 있다. 필자가 바르셀로나의 친구와 키프로스의 친구에게 e메일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WebEx로 핀란드의 노키아 연구진들과 회의를 하거나, 교토의 소재공정 전문기업과 5G 안테나 개발과제 진도보고용 컨퍼런스 콜을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0m이나, 물리적 거리는 1000km 이상이다. 가만히 보니, 물리적 거리가 지구 한 바퀴 만큼의 간격을 가진 사람들이 전화와 온라인으로 통신할 수 있다는 것은 ‘전기’ 때문 아닌가? 전기적 거리가 사회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 같은지 다른지 비교를 해 볼 수 있을까?

전기적 거리가 얼마인지 알려면, 출발지로부터 도착지까지의 걸린 시간과 속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두 곳이 유선으로만 연결됐다면 속도는 광속의 50~99%이다. 물리학의 전기자기학 부분에 보면 전력 케이블의 매질에 따라 빛의 속도보다 더 떨어질 수는 있으나, 반 이상이라면 매우 빠르다. 시간은 얼마정도일까? 전력망에서 전력원으로부터 부하까지의 전기 에너지의 이동시간은 1초보다 더 짧다. 전기 에너지 저장장치를 통해 공급받는 경우는 이번 가설 실험에서 제외한다. 무선통신 역시 전기 에너지 전달의 계통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진동하는 전하에 의한 전기력이 자기력을 만들고 이 두 요소가 동기를 맞추면 파동이 되어 케이블을 벗어나 공간으로 퍼져가는데, 거의 광속에 가깝게 이동한다. 통신 체계에서는 송신기와 수신기를 날아다니는데는 광속 정도의 빠르기이지만 목소리나 영상신호만으로 걸러내고 저장하는 디지털 영역이 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전력수송에서는 그 부분을 덜어내면 되므로, 전력 소스와 전력 수용가간의 전기 에너지 이동은 삽시간에 이뤄진다. 따라서, 전기적 거리는 매우 짧다. 결론적으로, 전기의 거리는 사회 정서적 거리보다 조금 길고, 물리적 거리보다는 훨씬 짧다. 사람들이 사회적 격리를 당하고 있을 때, 짧은 시간에 얻는 전염병 차단효과는 있지만, 갇혀만 있을 때 생기는 심리적 및 육체적 무기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좁은 공간에서 가족끼리라도 너무 붙어있으면 부대낄 수 있고, 친구들이 서로 분리만 돼 있어 새로운 병원균에 대한 면역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인터넷 화상통화로 사회적 거리를 좁힌다고 해도 방안에서 혼자 얘기하는 자신을 보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기 십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세계대전 이후 오랜 기간에 걸친 충돌과 합의에 의해 만들어 온 세계질서를 마구 뒤흔든 독특한 머리의 지도자 그들의 독선이다. 이들이 깬 사회적 합의가 사람들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고, 코로나19 이후의 정상화여부를 예측하기 매우 힘들게 했다. 이들과는 물리적으로 큰 거리를 두고 싶다. 동시에, 이들을 전기적 거리에 두고 전기쇼크 같은 매서운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