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코로나바이러스19가 전 세계에 비대면(Untact) 사회의 도래를 가속시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사회규범(뉴노멀)으로 자리잡는 듯하다.

언택트(Untact)는 ‘접촉하다’라는 의미의 ‘콘택트(contact)’에 부정적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단어다.

매장의 키오스크 주문 등 직원이나 다른 소비자와 접촉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 경향, 넓은 의미에서 배달이나 e커머스 소비까지 포함한다.

특히 코로나 국면을 지나(post-Corona)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줌(Zoom)등 화상회의 솔루션이 코로나바이러스19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마법의 해법은 아니다.

한계점도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지속되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사회 전체의 피로도도 커지고 있다. 면대면 만남에 대한 갈급함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 보편화되면 될수록,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와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다.

비대면 사회의 이런 역설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다.

가까이 지내는 교수 한 분은 온라인 수업의 고충을 털어놨다. 수업 준비에 평소보다 세 배 시간이 들어가는 데, 신경은 훨씬 더 쓰인다고 했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깎아줘여 한다고 하지만, 교수들은 월급을 더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교수 수업평가에 대한 부담은 차치하고,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드백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채팅, 화상회의 시스템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보편화됐지만, 막상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의 고리 역할을 하는 피드백에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교수와 환자 사이에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존재한다.

지인 의사는 의과대학에 들어가 처음 듣는 말이 의학 용어가 아닌, ‘라포(Rapport)’라는 사회심리학 용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닥터가 등장하고 온라인 원격진료가 본격화된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개선될 거라는 것은 사물의 한 면만을 보는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치료 효과에 보이지않게 작용하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포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라포는 일반적으로는 두 사람의 인간사이에서 마음이 통하고, 따뜻한 공감이 있으며 감정교류가 잘 되는 것. 얘기가 통하는 정도를 ‘접촉’이 가능하다고 하며, 분열병으로 얘기가 통하지 않는 경우는 ‘소통성’이 없다고 한다.

라포는 처음에는 최면법으로 시행자와 피술자 사이에 생기는 깊은 심리적 교류의 의미에서 이용됐으나, 이것은 시술자로부터의 일방통행적인 것이었다. 현재는 의료 스태프과 환자나 가족간에 상호 양호한 의지의 소통이 되어 신뢰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라포가 양호하다’라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정확인 정보 전달과 올바른 이해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궁극적인 지향점은 공감대 형성과 신뢰 확보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 상대 간에 공감대가 존재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라포다.

라포는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인 목표이면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라포의 우리말이 신뢰관계로 번역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적확한 표현이다.

코로나로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이지만 라포를 쌓고 유지하는 건 잊지 말았으면 한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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