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베르제(Duverger)의 법칙. 정치학에서 유명한 법칙 중 하나다. 이 법칙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는 양당체제를 낳고 비례대표제는 다수 정당체제를 낳는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오리스 뒤베르제가 제안한 이 두 가설 중 첫 번째 가설, 즉 소선거구제는 양당체제를 낳는다는 가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돼 ‘법칙’이 됐고 두 번째 가설, 즉 비례대표제는 다수 정당체제를 낳는다는 가설은 아직 ‘법칙’으로까지 정립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상황이 딱 그렇다. 소선구제로 인해 양당체제가 구축돼 있고, 양극화된 정치구조를 바꿔 이른바 정치권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준연동형 선거제 개편을 했는데 선관위가 위성 비례 정당을 허용해 줌으로써 뒤베르제의 첫 번째 법칙은 다시금 확인이 됐고, 두 번째 법칙은 결국 어렵게 됐다.

사표를 줄여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선거법 개정 요구는 정치권의 오랜 과제였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2017년 헌법개정특별위원회, 2018년 1~6월 개헌·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개정 논의가 이어져 왔다.

그러다 1년이 넘는 공방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재석 167표, 찬성 156표, 반대 10표, 기권 1표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회 구성에 대한 게임의 룰, 즉 선거법 개정을 제1야당 없이 밀어붙이면서 당시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전담용 ‘위성정당’ 설립을 공식화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선관위의 제동을 기대했지만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를 제약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결국 위성 정당을 막지 못했다.

당시 리얼미터가 한국당의 비례정당을 창당에 대해 국민여론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한 결과 반대 응답이 61.6%로 찬성(25.5%)의 두 배 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반대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다수였고, 특히 비례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한국당 지지층(반대 43.9% vs 찬성 45.4%),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50.8% vs 35.5%), 60대 이상(66.9% vs 24.6%), 대구·경북(63.1% vs 28.8%)과 부산·울산·경남(62.1% vs 17.7%)에서도 반대가 60% 이상의 다수이거나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개월 여가 지나고 2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현실론이 등장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 정당의 위성정당 등록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한 결과,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5.0%로 나타났다. 반면 ‘거부해야 한다’는 응답은 42.8%였다. 이전 조사와 다르게 긍정적 의견은 증가하고 부정적 의견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수용 25.1% vs 거부 62.5%)과 보수층(68.6% vs 21.9%)에서의 의견은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게 상호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중도층(45.5% vs 49.1%)에서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가피한 현실로서 인정하기 시작한 유권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1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는 미래한국당 25%, 더불어시민당 21.7%, 열린민주당 14.4%, 정의당 8.5%, 국민의당 4.7%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여론조사를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라고 가정하면 미래한국당은 대략 15석을 비례대표로 배분받게 되고, 더불어시민당 14석, 열린민주당 9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4석 순으로 뒤를 잇는다. 골목상권 정당인 정의당, 국민의당 의석이 초라한 수준인 것이다. 하늘나라에 있는 뒤베르제 교수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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