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 이어 영화 기생충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작품이 세계 문화계에서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수천억 원의 수출실적도 올릴 수 있는 수익원이 된 것이다. 문화수출국으로 한국의 국격이 고양됐을 뿐 아니라 경제적 이득까지 얻게 된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한국 기술수출 주력품목으로 자리매김을 했던 LCD (액정디스플레이), LCD 유리기판, 폴리실리콘, 그리고 원자력 관련기업들이 인력감축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일본이 자산버블 붕괴로 퇴보하는 사이에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시장에 진출하여 일본기업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중국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단순 조립분야에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산업은 4차산업으로 급격히 바뀌어 가고 있어 변화에 혁신과 기술로 대응하지 못하면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위기를 맞게 되는 국면에 봉착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를 대한민국이 지속성장을 할 것인가, 성장엔진이 꺼지고 말 것인가 기로에 서있다. 한단계 더 도약할 성장엔진을 찾고 육성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임은 자명한 현실이다.

필자는 40년간 원전분야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국 원전의 기술과 경쟁력은 두말 하면 사족일 정도로, 세계 톱 클라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있다. 한국은 40여 년 전, 고리 원전 1호기 건설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해도 원전 건설을 멈추지 않은 세계 유일의 국가다. 거기에 더해 현존하는 원전의 대세인 가압경수로형 신형원자로(APR1400)에 있어서는 일본과 프랑스도 통과를 못한 미국 규제기관의 설계인증까지 받았으니 기술력은 최상이다. 이는 2009년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검증을 받았다. UAE의 바라카 원전은 계획부터 가동까지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당시 정부가 UAE와의 원전 공급계약을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성과를 홍보한 것은 자화자찬도 과대포장도 아니다. 굳이 ‘자동차 230여만 대, 휴대폰 5200만대와 맞먹는 수출 효과’라며 수치로 비교하지 않아도 원전 수출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고 위대하고, 국가가 세일러로 나선 국제적 퍼포먼스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한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이 대단하고 위대한 퍼포먼스가 2009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개점휴업 상태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 육성하는데 수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검증된 원전프로젝트에 대하여 정부가 대놓고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으니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마침 UAE가 지난주에 바라카 원전 1호기 운영허가를 발급해 기념비적 상업운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포스트 바라카’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정책이 조명되고 있다. 이른 바 ‘사우디 비전 2030’은 탈석유,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원전 도입이 계획의 핵심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원전에만 약 110조원을 투입, 적게는 10기 많게는 17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내 놓았다. 사실 사우디가 2015년 한국의 중소형 원전인 SMART에 대한 건설 전 상세설계(Pre-Project Engineering) 협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APR 1400‘의 사우디 수출이 굉장히 유리한 분위기였다. 사우디는 한국과 UAE의 원전 공급 계약을 지난 10년간 이웃 현장에서 목도했다. 그리고 건설 과정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한국 원자로의 기술적 우위성과, 건설공기 약속을 지키는 한국인의 성실성과 근면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수출 가능성이 높았었는데 지난 몇 년간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아무리 세계 최고제품이라도 그 회사의 새로운 오너가 비전문가의 단견에 의존하여 '그 제품이 불안전하니 자기는 안 쓴다'라고 한다면 어느 바보가 그 제품을 살 것인가? 이건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에 다시 귀를 기울이자. 이제는 원자력 정책을 정부 핵심과제로 단단히 세우고, 사우디를 포함한 수백조의 원자력발전소 수출시장을 석권하는 한편 원자력잠수함, 원자력우주선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원자력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서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소망과 축복의 에너지를 나눠 줄 때다. 성경에서 보면 요셉이 7년의 풍년에 7년의 흉년을 대비하여 민족을 살렸던 역사가 있다. 이제 한국은 다가올 흉년에 대비하여 새로운 원자력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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