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기존의 양대 가르마에서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이라는 새로운 가르마로 나뉘고 있다. 중간 지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이냐 서초동이냐를 선택해야 하거나, 그게 아니면 어느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런 상황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불신과 가짜뉴스의 시대에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확인이 어렵고 또 확인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로 내 주장이 맞다고 크게 외치는 진영이 한쪽은 광화문이고 한쪽은 서초동이며 그 소리에 동조하는 세력이 점점 증가하다 보니 어느덧 각각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도 국론은 양분된 상태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조국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광화문 집회’와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서초동 집회’ 어느쪽에 더 공감하는지 조사한 결과 ‘조국 사퇴’ 광화문 집회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50.9%, ‘검찰 개혁’ 서초동 집회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7.0%로 팽팽하게 나타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적절하다’는 인식과 ‘과도하다’는 인식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는데 검찰의 ‘조국 장관 가족’ 수사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49.3%, 과도하다는 의견이 46.2%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양 극단에 공감하는 국민들일수록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자신들 주변에는 온통 자신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믿겨지지 않아서 광장에 직접 나가본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는 소수의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이 옳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또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 해 투표나 인구센서스 같은 전수조사가 어려울 때 하는 표본조사를 말하는데 이른바 집단지성이 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가고 있다.

이른바 집단지성이란, 집단에 소속된 각 개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50% 이상의 지식이 있고 상호 독립적으로 판단하며 진지하게 참여할 경우 다수가 참여할수록 바른 답을 찾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 원리를 이해한다면 집단지성의 힘을 신뢰하게 될 것이고 더 나은 집단지성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다수의 선택이 정답을 택할 확률은 각 개인의 능력이 우수할수록 또 참여자 수가 많을수록 높다.

하지만 조국 장관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여러 범죄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가뜩이나 요즘처럼 피의사실 공표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론조사 응답자들 중 이 사안에 대해 50% 이상의 지식이 있을 리 만무하고 진영 논리를 떠나 상호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수치들이 안 믿어지고 자꾸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거리로 나와서 모인 군중의 규모마저도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며 경찰청의 공식 추산집계를 요구하지만 경찰도 언젠가부터 집회에 참여한 경찰청 추산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가령 지난 5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두고 주최 측은 300만명을 주장하는 반면, 페르미 기법으로 계산한 한국당의 한 국회의원은 13만7000명이 모였다고 주장을 해 큰 차이가 나니 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이제 남북관계, 한일관계, 북미관계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실타래처럼 얽힌 상황에서, 조국 장관으로 촉발된 남남갈등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양측 광장은 이번 주까지는 아직 집회가 남아 있고 조국 장관 일가의 검찰 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라 적어도 10월의 마지막 밤은 지나야 무언가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너무 큰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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