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시각 9월 14일 새벽 4시경, 예멘의 후티 반군은 드론 10대를 동원해 사우디 내 석유 생산시설 2곳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쿠라이스 유전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확인했다.

쿠라이스 유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와르 유전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에 위치하며 200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비교적 신규 유전이다. 아브카이크의 탈황시설 또한 사우디 핵심 정유시설로 하루 처리량이 700만 배럴에 이른다. 700만 배럴은 세계 정유량의 약 5-6%에 이르는 규모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이번 테러 공격으로 인해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570만 배럴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생산하는 원유의 약 절반에 이르고, 우리나라 하루 원유소비량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2017년 아람코는 하루 평균 약 1200만 배럴을 생산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우리나라 또한 그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미국의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하는 충분한 원유공급량과 예상보다 빠른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설 재가동 발표로 인해 그 충격파의 규모와 심각도는 상당히 완화된 상태이다.

이번 드론 공격을 통해 몇 가지 쟁점, 특히 취약성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석유의 국제정치적 취약성이다.

석유나 가스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학 교과서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는 그 변동을 해석하기 힘들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수조원 때로는 10조원이 넘는 거대한 투자 규모, 20년 이상의 장기성, 자원보유국이라는 독립된 주권국가가 상대방이며 자원주권주의는 국제법적으로 승인된 원칙이라는 점, 호르무즈 해협처럼 국제적인 갈등지역이나 파나마 운하처럼 통항이 어려운 지역을 통해 수송되어야 한다는 점 등 석유의 생산과 수송은 그야말로 생산과 거래의 대표적 종합예술이다.

석유의 국제정치적 취약성을 강화시키는 원인은 석유라는 물질 자체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유한한 검은 황금이기 때문이다. 석유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 수송로의 안전과 관련된 갈등, 석유라는 부의 분배를 둘러싼 자원보유국 내부의 내전은 물론 국제유가의 등락에 따른 자원보유국 정부와 개발회사들의 갈등까지 모두가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동시에 문화적인 갈등구조를 보인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드론 공격의 주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후티 반군 양측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미국과 이란의 오랜 갈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수니·시아파라는 종파적 갈등과 이슬람 세계에서의 주도권 갈등이 얽혀 있다. 예멘의 내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갈등의 축소판일 뿐이다.

금, 은 같은 전통 광물보다 석유가 더 정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정치적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정치적 영향이 큰 재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우리는 더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교과서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에 대한 국가적 취약성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공격방식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공격방식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드론이다. 대부분의 것들이 선과 악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지만 여가, 촬영이나 감시용으로 발달한 드론이 폭발물을 싣고 자폭하는 공격무기가 되었고, 더 심각한 것은 드론이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또한 드론을 누가 보냈느냐에 대한 입증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발전소, LNG 기지, 화학공장 등 중요 시설들에 대한 드론 공격이 언제나 예상되는 국가이다. 북한, 국내 테러단체 등 그 주체의 문제는 뒤로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다.

중요시설 인근에서의 드론 날리기를 금지하고, 경고 조치와 즉시 격추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은 도시에서 멀리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요시설들은 도시와 밀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모기 한 마리가 말라리아를 일으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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