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일 수요관리사업자협회 회장 (에넬엑스코리아 전무이사)
김흥일 수요관리사업자협회 회장 (에넬엑스코리아 전무이사)

구한말 조선은 강화도조약을 체결하며 근대 문물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고종은 개화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과 청나라에 각각 조사시찰단과 영선사를 파견해 근대 시설과 문물 제도를 수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고종은 각종 서양의 과학 기술 서적과 외국 기술자를 초빙해 적극적인 근대화 작업에 나섰다.

고종의 근대화 정책 중 가장 주목할만한 근대 문물의 백미는 단연코 전기(電氣)였다. 1887년 3월 경복궁 건청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가 점등됐다. 1894년 5월에는 경복궁 내 병기창에 제2전등소를 준공했고, 창덕궁에도 처음으로 점등이 시작됐다. 조선인은 전등 덕분에 원활한 야간 활동이 가능해졌다. 전기의 도입은 조선 백성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문화의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적 통신 수단인 전신선 가설에 정부는 적극성을 보였다. 1885년 서울과 인천, 의주를 연결하는 전신선이 가설됐고,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전신선도 가설됐다. 정부는 전보총국을 설립해 전신 업무를 관리했고, 전화가 대궐에 가설되자 서울 시내 민가에도 점차 가설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근대문물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자 일반 백성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회사의 설립이다. 1898년 1월 김두승·이근배가 청원해 설립한 한성전기회사는 이채연이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진은 고종과 민씨정권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진한 산업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고, 주요 사업은 한성의 전차 ·전등의 시설과 운영이었다. 1899년에 개통한 남대문~홍릉 간의 전차노선의 부설사업과 그해 12월에 개통된 종로~용산 간 전차노선도 이들의 작품이었다. 

1900년 4월에는 한성전기가 종로에 가로등 3등을 점등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점등의 효시가 됐다. 또한 전등사업의 기반인 동대문발전소가 1900년에 완성됐고, 1903년에는 전력 부족의 해결을 위해 마포에 제2발전소, 남대문에 변전소를 건설했다.

근대 문물의 상징인 전신선 관리는 정부의 중요 정책 중 하나였다. '고종실록' 고종 30년 8월 10일 기사는 전보총국에서 오래된 전선의 보수를 청하는 내용을 전한다.

전보총국은 “전보 통신(電報通信)은 신속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북 간에 전선을 가설한 지 이제는 이미 6년이나 됐으므로 세워놓은 전주목(電柱木)이 곳곳이 썩었다”며 “올해 여름에는 비바람에 넘어진 것이 많아서 시급한 변경 정보와 교섭에 관한 통신이 지체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보고했다.

고종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선이 요긴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심상하게 대하고 있으니, 전신 규율이 해이하게 된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적간할 때에 만일 전주목을 준비하지 않았거나 순찰병의 수를 채우지 않은 수령(守令)이 있으면 일일이 적발해 초기(草記)를 올려 논감(論勘)하라”고 명했다.

순종 재위 시절에는 수력 전기 장치용 부지에 대한 혜택을 부여했다. '순종실록' 순종 3년 4월 18일 기사에 따르면 탁지부 대신 고영희가 운산 금광 회사(雲山金鑛會社) 수력 전기 장치용 부지로 사들인 평안북도 운산군(雲山郡) 북면(北面)에 있는 전답결(田畓結) 2결(結) 94부(負) 8속(束) 4파(把)를 면제해 달라고 한 일에 대해, 내각 총리대신(內閣總理大臣) 이완용(李完用)이 의논을 거쳐 상주(上奏)하니 순종은 재가(裁可)를 허락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분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 발전, 수출 증대, 통상 교섭 및 협력 확대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자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바라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국가 에너지믹스를 최적화하고, 에너지 공급과 수요 전반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구한말 조선의 위정자들이 근대문물의 꽃인 전기(電氣)를 수용하면서 적극적인 개화정책을 추구했다. 당시 전기가 조선 백성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듯이, 정부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더욱 주도해주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