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배전연구소 양훈철 수석
LS전선㈜ 배전연구소 양훈철 수석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후, 에너지 분야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지구 환경과 안전 문제 해결까지의 광범위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전력량의 20% 수준으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태양광, 바람, 지열, 바이오 등의 무한한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발전이다. 특히 국내는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17년 5.7GW에서 2030년에는 36.5GW(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57%)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태양광 모듈, 접속반, 전력변환장치(이하 PCS라고 한다), 배전용 케이블 등으로 구성된다. 태양광 발전은 광전자효과(태양광 모듈이 빛을 흡수하면 표면에 전자가 생겨 전기가 발생)에 의해 생성된 직류(DC) 전기에너지를 집전하여 접속반을 통해 PCS로 전달된다. PCS에서는 DC 전원이 교류(AC) 전원으로 변환되며, 이는 변압기를 거쳐 송전계통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전력 전송은 모두 배전용 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지며, 현재 국내에서는 KS IEC 60502-1 규격 기준의 AC 0.6/1kV급의 TFR-CV 케이블이 사용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수명은 통상적으로 25~30년으로 되어 있다. 즉, 태양광 발전을 통한 원활한 전력 전송을 위해서는 케이블의 수명 또한 최소 25년이 보증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태양광용 케이블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전류, 전압에 의한 전기적 부하와, 노출된 외부 환경에 따른 환경적 부하가 있다.

국내는 전기사업법 시행규칙의 DC 저압 기준이 현행 750V 이하에서 2021년 1500V 이하로 확대 시행 예정이고, 태양광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설비가 높은 효율의 DC 1500V급으로 전면 대체될 것이다. 따라서 전기적 부하에 취약한 0.6/1kV급 TFR-CV 케이블의 적용은 당연히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환경부하에 대한 문제이다. 태양광 케이블은 옥외에 노출된 환경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케이블이 수명이 다하기까지 물(수분), 자외선, 온도, 산(Acid), 동적 하중 등 최악의 환경적 부하를 견뎌야 한다.

그러나 KS IEC 60502-1을 따른 일반 배전용 케이블은 이러한 부하에 대한 검증 항목 자체가 없거나, 국외의 태양광 케이블 규격 대비 상당히 미흡하다. 이를 태양광 발전에 적용했다고 가정 시, 내용년수는 최대 20년에 불과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12년 전인 2007년부터 태양광용 DC 1500V 전용 케이블 시험 규격(TÜV 2 Pfg 1169/08.2007)을 제정, 시험 항목에 부합된 제품만을 사용토록 하였다. EU도 2014년 DC 1500V 태양광 케이블 규격인 EN 50618을 신규 제정하였으며, 해당 규격 제품을 개발한 글로벌 케이블 업체가 전세계 태양광 케이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재생에너지 발전 활성화를 위해 2012년 6월 전기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DC 저압 기준을 1500V 이하로 변경하였고, 이에 부합하는 태양광 케이블 규격인 JCS 4517을 제정하여 적용 중에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동향에 부합하기 위하여 IEC에서는 DC 1500V 태양광 케이블 규격을 통합한 IEC 62930 규격을 2017년 신규 제정했다. 상기 규격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내열, 내자외선, 차수, 내산/내알칼리, 저온 기계적 특성을 향상시킨 것 외에도 할로겐 원소가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케이블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 TFR-CV 제품에서는 취약한 환경 부하 특성을 대폭 강화한 제품 및 재료 규격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국내 태양광 발전 시스템용 케이블은 어떤 제품을 도입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단지 국내 규격이 없다고 하여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일반 배전용 TFR-CV 제품을 계속 적용할 것이 아니라 DC 1500V 전용 제품의 도입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제 DC 1500V의 태양광 케이블 규격을 기반으로 한 KS 규격 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LS전선㈜ 배전연구소 양훈철 수석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