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방송, 인터넷 언론 등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여론조사 관련 가짜뉴스는 다름 아닌 ‘응답률(Response rate)’ 논란이다. 요지는 ‘미국에서는 응답률이 30% 미만이면 결과를 폐기한다’거나 ‘일본에서는 응답률이 60%대인데, 한국은 5~10% 밖에 안 되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은 응답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진지 오래 돼서,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작년 기준 응답률은 6%다. 2000년 이후 30% 이하로 떨어지고, 2009년 이후 10%대, 그리고 2013년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나라 여론조사 보도와 다르게 ‘응답률 의무 표기조항’ 자체가 없다. 왜냐하면 응답률과 여론조사 신뢰도 간의 상관관계를 여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나 재선 관련 여론조사 보도를 봐도, 응답률을 표기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응답률 30% 미만 폐기 주장’은 가짜뉴스인데, 여전히 많은 정치인, 정치평론가들이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50~6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나라마다 응답률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과 동일한 조건과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50~60%대 응답률이 나올 수 없다. 예측컨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후 인사말을 하는 중에 아무 반응 없이 전화를 끊는, 즉 ‘단순청취자’들을 응답률 계산 시, 분모에서 빼면 우리나라도 50~60%대 응답률이 나오게 된다.

각 나라마다 응답률 공식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응답률 (response rate)과 협조율 (cooperation rate)은 구분해 사용하는 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응답률은 미국의 협조율 개념이다. 미국의 응답률 정의를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응답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한, 미, 일 3국 중에 미국이 응답률 계산에 있어서는 가장 가혹한 수준이다.

미국의 협조율, 즉 우리나라에서의 응답률은 조사 완료 수(분자)를 조사 완료 수와 거절 수를 더한 값(분모)으로 나눈 값이다. 애초 표본에 포함된 번호 중, 접촉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는 미국의 응답률 계산에서는 분모에 포함되나, 우리의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은 아마도 이 협조율에서 ‘단순청취자들’까지 분모에서 배제한 값을 응답률로 발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일본의 응답률을 미국과 한국의 응답률과 비교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마치 한국 프로야구 투수의 구속이 시속 145km이고, 미국의 메이저리그 투수의 구속이 90마일일 때, 사실상 같은 구속임에도 한국 선수가 구속이 빠르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오류이다.

미국여론조사협회에서는 여론조사 응답률과 조사의 질이 상관관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연구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가령 응답률이 낮은 단기간의 조사결과와 응답률이 높은 장기간의 조사결과를, 센서스 조사 등과 같은 전수조사 결과와 비교했더니 오히려 응답률이 낮은 조사결과가 보다 정확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응답률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 것, 그리고 응답률 이외의 비표집오차 등에 대해 오히려 면밀히 살펴보라고 권한다.

한때 우리나라 여론조사 보도에 응답률 표기조항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했던 것이, 1000명 여론조사에 응답률 5%라고 하면 50명을 조사하고 발표한다고 비난하고 댓글 달던 분들이 많았고, 일부 국회의원마저도 그런 오해를 바탕으로, 관련 법안을 마련해서 응답률이 낮으면 발표를 못하게 하겠다고 주장한 ‘무식한’ 의원도 있었다.

국회가 수시로 공전하고, 국회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여론조사는 점차 권한이 강화돼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고, 각 당의 경선에서도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고, 심지어 대통령도 사실상 여론조사로 결정되다 보니 여론조사의 힘이 막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오해, 음모론, 가짜뉴스 또한 많이 양산되고 있는 바, 이제 괜한 오해를 유발시키는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차후 미국처럼 응답률 의무표기 조항도 없애는 등, 여론조사 업계와 언론계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여론조사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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