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은 흔히 위험을 회피하려 하고, 언제나 타협점을 찾는 공무원이란 인식이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편견은 항상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 모든 편견들은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외교관은 위험 요소에 대해 신중하고 계산된 결정을 내린다. 우리는 때로는 공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쟁, 남녀평등, 그리고 기후변화와 같이 큰 영향력을 가진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금 더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에 오기로 했을 때 이 결정이 나의 커리어에 가져다 줄 이점과 내 가족들을 지구 반 바퀴 거리의 한국까지 오게 하는 리스크 사이에서 고민 해야만 했다.

이러한 고민은 한정적인 변수가 있기에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점점 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위험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야 하게 되었다. 이전과 다른 위험 변수들은 투자자들의 행동이나 거버넌스와 규제에 대한 태도의 변화 등에 의해 생기게 된다.

이 두가지 요소들은 그린 파이낸스의 도입을 설명해 준다. 그린 파이낸스는 영국과 유럽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아시아에서도 더 많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4월 런던에서는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11일 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구매자들은 점점 더 자신들이 선호하는 물품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에 대해 인지해 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기 질이 사회적 건강 문제로 떠올랐는데, 많은 이들이 과연 누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며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기업들의 평판은 위협받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이전부터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2015년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장은 ‘지평선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는데, 이는 기후변화가 금융 안전 문제에 대한 정의가 된 시점엔 이미 대응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관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 용어가 사용된 마크 카니 총장의 연설은 기후 관련 재무 공시 대책위원회 (TCFD) 설립으로 이어졌다. TCFD는 기업들이 자본 공급자에게 기후변화 탄력성을 입증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비교 가능하고 일관된 공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앞으로 몇 년 안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래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지속 가능한 사업 및 투자 관행을 발전시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두개의 한국 연금 기금은 점점 더 좌초된 자산이 되어가는 석탄 화력 발전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169개의 다국적 기업들은 100% 재생에너지 발전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해 있다. 삼성은 작년에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에 있는 회사 건물 모두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글로벌 사업을 진행중인 한국 기업들은 더 환경 친화적인 사업 운영을 실행하도록 압박 받고 있다.

올해 7월 개최될 그린 파이낸스 서밋에서 영국 정부와 런던시는 영국과 해외 지속 가능한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그린 파이낸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기로 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의장 이회성 박사는 이 서밋에서 기조 연설을 할 것이다. 런던 증권 거래소에는 95개가 넘는 녹색 채권이 7개의 통화로 26억 달러 넘게 발행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에서도 녹색 채권 시장은 커져가고 있다. 우리는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발전 된 한영 협력 관계가 지속 가능한 녹색 금융 시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기후변화는 이와 같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도 제공한다. 한국 기업들 중 TCFD의 공시법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로서 녹색 채권 및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고 기존의 운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더 많은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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