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선배 세대가 사회초년생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은 조직 내 업무 환경뿐 아니라 인적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조직에 따라 많게는 다섯 세대가 함께 일한다. 전통 세대부터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까지 말이다. 특성이 전혀 다른 세대가 공존하다 보니 업무를 할 때 적잖은 어려움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세대 간 일하는 방식과 생각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후배 세대는 과거에 머물러있는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그들은 선배 세대와 일할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다. 후배 세대가 선배 세대와 조화를 이루면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를 챙기면 어떨까 싶다.

첫째, 일에 집중하되 관계도 챙긴다.

지금은 야근이 관행이던 예전과 다르다. 제한된 시간에 업무를 마쳐야 하기에 업무 생산성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업무 몰입은 필수 요소이다.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업무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하루 업무계획 하기, 컴퓨터 대신 노트부터 펼치기, 나만의 집중 근무시간 만들기, 업무 마감 시한보다 일찍 끝내기 등 개인의 성향에 따라 최적의 업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직장에서는 누구도 종일 혼자서 일만 하다가 퇴근할 수 없다. 선배 직원과 협력하며 일해야 한다. 그들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은 업무만큼 중요하다.

둘째, 내 의견은 겸손이라는 그릇에 담아 전달한다.

유 과장은 업무능력만큼은 군계일학이다. 일 처리도 빠르고 산출물도 준수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선배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는 매사에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업무만 챙기고 선배 직원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늘 마주하는 선배 직원이나 지인에게는 겸손하고, 친분이 없는 다른 부서 직원에게 똑똑하게 보이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선배 세대의 기대 가치는 ‘똑똑함’보다는 ‘겸손함’이다. 설령 선배가 좀 부족하더라도 겸손하게 경청하고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 의견을 주장할 때 선배도 반감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맡은 업무는 끝까지 책임진다.

후배가 작성한 문서를 검토할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응당 선배가 손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 듯 제 의견과 마무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도우며 일하는 건 당연하지만, 후배 직원도 업무 책임자 못지않게 주인 의식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안 해도 상대가 할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선후배 세대 간 사려 깊은 업무 태도는 팀워크와 직결된다.

넷째, 최신 기술 전파자가 된다.

D 기업에 일하는 방식 진단을 하면서 내부 시스템을 살핀 적이 있다. 업무 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자 큰 예산을 들여 IT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불필요한 문서작성이나 보고가 여전했다. 관리자들의 낮은 시스템 활용률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좀 달랐다. 그는 직접 시스템을 활용해 웬만한 실적 데이터를 직접 확인했다. 그래서 그는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본부 실적 보고를 없앴다. 대신 실적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그 시간을 알토란 같이 사용했다. 이 본부장이 시스템을 잘 다루게 된 것은 유 대리의 공이 컸다. 유 대리는 이 본부장에게 시스템 활용법을 잘 가르쳐준 것이다. 선배 세대는 후배 세대보다 최신 기기 활용에 서투르다. 후배 직원은 최신 기기 활용법뿐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전파하는 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선배 세대를 자극한다.

K사는 매년 연례행사로 전 직원이 주말에 등반했다. 하지만 젊은 직원이 늘면서 참여도와 만족도가 떨어졌다. 고민 끝에 권 사장은 CFO(Chief Fun Officer, 최고 재미 책임자)를 임명했다. 팀 멤버는 주로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하고, 모든 예산과 활동은 자율에 맡겼다. 그러자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직원들의 참여가 몰라보게 늘었다.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조직은 하나같이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후배 세대는 구태의연한 생각에 함몰되기 쉬운 선배 세대와 조직에 최신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선후배 세대의 입장을 듣노라면 예전 같지 않게 다른 외계인을 보듯 서로에게 낯가림과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 선배 세대가 먼저 후배 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라고 독려한다. 하지만 선배 세대 못지않게 후배 세대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토착민 격인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기대하는 것은 조직에 순응하듯 애늙은이처럼 일하는 것은 아니다. 고인 물과 같은 조직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은 샘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후배 세대는 예의 바르되 선배 세대의 고리타분한 관행에 반기를 드는 발칙한 용기가 필요하다. 《논어》 이인 편에 나오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의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말은 더디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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