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00회사 AS팀입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AS가 접수됐다. 하루 AS 접수 건은 평균 6건. 사후관리 비용을 최대한 아끼라고 직원들에게 독려하지만, 직원들은 AS 조치에 급급해 내용을 정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사후관리 비용을 줄일 만한 방법이 없을까?”

앞서 한 제조회사 사장님의 일화를 가져와봤다. AS팀 직원들이 열심히 현장에서 불량을 해결해도 쏟아지는 불량접수를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필자 또한 사후관리 책임자로서, 제품 불량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를 관리해 활용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이팅게일은 영국의 간호사로, 1854년 크림전쟁의 참상에 자극받아 터키의 영국군 야전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당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사망률은 43%에 달했는데, 이를 참고할 자료가 전무했다. 나이팅게일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의무기록표를 만들어 입원 환자 진단, 치료 내용, 추가 질병 감염 여부 등을 기록해 월별 사망자 수와 사망 원인을 종합했다.

그 결과, 사망 원인은 전장에서 입은 부상이 아니라 병원 내 질병에 감염됐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그 후 병원 내 위생환경을 개혁해 사망률을 2%로 낮췄다.회식, 야근 등으로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 대리기사, 수험생, 청소원 등 심야 시간대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서울시민들은 교통수단이 택시밖에 없어 불편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KT와 MOU를 맺고 올빼미버스(심야버스)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 시간대에 사용한 휴대폰 콜 데이터 30억여 건과 심야택시 승하자 데이터 500만 건을 분석해 최적의 심야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을 결정했다.

올빼미버스는 시범 운영부터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현재 주중에 6만6000여 명을 실어 나르고 있다.

위의 사례들은 심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에 AS 접수 후 해결하는 단순한 절차를 끝내고, 데이터를 활용한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후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ERP시스템 등을 활용해 회사 내부에서부터 제품개발 및 생산과정에서부터 출고 시 추후 불량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또한 고객으로부터 접수되는 AS접수 건에 대해 전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기록된 데이터를 정리해 분석해야 한다. 제품 불량이 발생하는 건수, 기간, 현장, 증상 등을 정리해 불량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그림이나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한 후 전사적으로 현황을 공유해, 제품불량 처리가 AS팀만의 일이 아님을 직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셋째, 분석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차기 불량수요를 예측해야 한다. 현재 제조 공정상에서 불량 요인을 제거하고 품질관리 부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후 불량 발생이 예측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개선 시까지 판매를 중지하거나,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대체품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리고 새로 개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분석한 데이터를 적극 반영해 불량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업무 경험은 중요하다. 문제 발생 시 이전에 극복한 경험이 있으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를 수집, 정리해 품질관리 및 AS처리에 활용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후 AS업무에 활용하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찾아오는 고객만 신경 쓴 나머지, 제품 불량과 주먹구구식 AS처리에 지쳐 떠나는 고객을 잡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떠난 고객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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