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CEO)

지난해 애플은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사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창 특허분쟁 중이던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따라 하려면 이것도 한번 따라해봐!”라며 메트로와 가디언지의 전면 광고를 통해 전세계 고객들에게 다시 한번 애플의 강력한 브랜드를 각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9년 3월, 애플 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약 166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하여 목표를 달성 중이고, 삼성전자 또한 RE100 참여를 선언하며 단계별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뉴노말(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은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였지만,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가입을 하지 않고 자체적인 재생에너지 투자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실행하고 있다. 왜 파타고니아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The Climate Group에서 만든 글로벌 RE100 캠페인의 100% 재생에너지 달성 기준이 실제로 재생에너지 순증 효과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낮지 않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 내부 기준은 “얼마나 재생에너지의 순증 효과를 만들었는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탄소발자국을 감축을 가속화 할 수 있는가,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지만, 글로벌 RE100 캠페인에서 가진 녹색요금제(Green Pricing), REC 기업구매 등은 실제로 탄소발자국의 감축효과가 작고, 재생에너지 순증 효과를 거의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파타고니아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직접 설치하여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권을 구매하는 간접적인 방식은 전세계 225개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50개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 지사가 있는 파타고니아는 각 나라별로 존재하는 가장 적절한 제도에 맞춰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지 않으면, 실제로 100%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는 각 기업의 현황에 맞는 기준과 각 나라별 현재 존재하는 제도에 맞는 유연한 접근이 없이는 자발적인 참여도 불가능하고,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제도화하여 기업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탑다운식 접근만 가능해진다.

만약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더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첫째 접근 장벽이 낮고, 기업들이 희생이 아닌, 이익과 직접적인 연결이 되어 있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단기적인 규제 때문에 억지로 참여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참여도는 저조할 것이다. 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초기엔 채찍보다 당근이 더 많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의 제도 상황에 적절한 기준을 수립해야한다. 글로벌 RE100의 기준이 글로벌 표준도 아니고, 그 기준들이 실제로 환경적인 효과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반드시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제도 상황에 맞게끔 기업들이 재무적인 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간접적인 재생에너지 확보 방안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전력 시장 개편을 목표로 해야한다. 얼마전 산업통상자원부에선 태양광 및 풍력 등을 통해 발전되는 전력가격이 2024년쯤 도달하면 석탄을 이용한 전력보다 저렴해진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향후엔 모든 국민들이 재생에너지로부터 더 저렴한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독과점 전력 시장을 경쟁 체계로 개방하여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시켜야한다.

앞으로 정부나 시민사회에서는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뿐 아니라,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추고, 한국의 법제도에 적절한, 또 재생에너지 순증효과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속화 할 수 있는 더 올바른 기준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한다면 기업들의, 또 전국민의 참여가 높아지고, 더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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