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 홍보대행사 대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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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명의 경찰공무원을 채용하는 2019년 경찰공무원시험 원서를 3월 22일부터 11일간 접수한다.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을 대비하는 학원마다 집중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공무원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례없는 취업난의 시대에 살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로지 합격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지망생은 없기를 바란다. 어느덧 기성세대에 속하게 된 우리들의 어린 시절, 남자 아이들의 장래희망에는 ‘경찰관’이 꼭 3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라와 국민을 보호해 주니까, 제복에 권총 찬 모습이 멋있어서, 오토바이 타고 출동하는 모습이 근사해서 등 이유도 다양했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지팡이’의 역할이 올바른 곳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와 보호자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한민국 경찰의 이미지를 담은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투캅스, 공공의적,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추격자, 부당거래, 감시자들, 7번방의 선물, 베테랑, 끝까지 간다,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 그리고 최근 1621만 명을 넘기며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극한직업까지. 영화 속 경찰들의 일상에서 대개 열악한 근무환경이 노출되지만 목숨을 건 그들의 소명의식은 언제나 그걸 뛰어넘었다.

몇년 전 네티즌이 직접 뽑은 사연들로 꾸민 서울경찰 페이스북 선정 13대 감동스토리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전복된 차량 속에 부상당한 채 남아 있는 운전자를 시민들과 함께 구조한 경찰관, 사는 게 힘들다며 술에 취해 길바닥에 앉아 고개를 떨군 청년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한 경찰관, 골목길에서 비를 맞으며 폐지를 정리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우산을 씌워준 경찰관, 지하철에서 흉기를 들고 시민을 위협하는 남성을 제압하다가 옷이 찢기고 칼에 베인 경찰관, 폭우로 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는 저지대 주택가에서 주민들을 수없이 업고 뛰어다닌 경찰관 등의 사연이 담겼다. 경찰은 시민들과 약속한대로 이를 ‘서울경찰 캐릭터 탁상달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훈남훈녀 경찰관들의 소프트 스토리만 있는 건 아니다.

194개 회원국을 보유한 인터폴은 올해부터 매년 3월 7일을 전세계 순직경찰 기념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장으로 선출된 김종양 총재는 매년 수천 명의 경찰관들이 업무 중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그들을 기리고 희생정신을 본받는 기념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평균 500여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거나 순직을 한다. 건국 이래 1만3540명이 순직을 했는데 이 중 1만명은 여순반란사건, 제주4·3사건, 5·18민주항쟁, 6·25한국전쟁 때 순직했고 3000여 명은 치안현장에서 희생됐다. 경찰관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평균적으로 17년 정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순직 경찰관들의 최후가 안타깝게 맴돌고 있다. 10~25차례나 표창을 받은 훌륭한 경찰관들이 출동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범인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려다가 그들이 휘두르는 칼이나 엽총에 맞아 희생되기도 하고 음주운전에 걸린 도주차량에 치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 사건들이 잊을 만 하면 터지곤 한다. 그 중에는 정년이 몇 달밖에 남지 않은 베테랑부터 만삭의 아내와 유복자를 남겨놓은 새내기 경찰관도 있다. 현재 한국범죄과학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는 김복준씨는 영화 살인의 추억 박만두 역의 실제 인물로 2017년 TV프로 ‘아침마당’에 출연해 강력계 형사로 지낸 32년의 세월을 토로한 적이 있다. 2003년 포천에서 일어난 여중생살인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반장은 끝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농약을 먹고 자살했다고 한다. 본인 역시 혹시 범인이 꿈에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해된 피해자의 이불을 덮고 잠을 자기까지 했으나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후배들이 반드시 범인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훌륭한 15만 대한민국 경찰들이 몇몇 소수의 비리 때문에 매도되지 않도록 그들을 믿어주고 격려해야 한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격 논의를 앞둔 상태에서 터진 버닝썬 게이트는 경찰에게 최대 악재가 됐다. 요즘 시청율이 높은 TV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권력의 카르텔 속 온갖 비리에 연루된 경찰서장과 무능한 경찰간부의 모습이 묘사돼 마음이 씁쓸하던 참에 버닝썬 게이트에서 경찰 유착이 부각되면서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게이트의 성접대, 불법촬영, 경찰 유착, 마약 유통, 탈세 등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의혹을 철저히 밝혀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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