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더 이상 봄철에 왔다 지나가는 불청객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작업이 우리의 일상이 됐고, 그 수치에 따라 우리의 의사결정과 생활방식이 바뀐다. 시장에 장을 보러 갈 것인지, 예매한 야구장 표를 취소할 것인지, 미뤄 두었던 실내 공기청정기 구매를 이번에는 결정할 것인지.

미세먼지가 심각해질수록 작업 생산성이 낮아지고 시험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어둠침침한 창밖 공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기분은 우울해지고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실내에 머무는 미세먼지 ‘적응’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량과 그 피해를 줄이는 ‘저감’ 전략이 필요하다.

도시, 특히 수도권과 같이 제한된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고 밀집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미세먼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발생은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이 정부 공식 통계로 나와 있다.

경유는 미세먼지는 물론 여러 발암물질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SUV를 포함한 승용차, 승합차, 용달차, 화물차, 건설기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경유를 소비한다. 우리나라 연간 경유 소비가 휘발유 소비의 두 배를 넘을 정도로 생산 및 소비 활동에서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미 해외에서는 경유차 퇴출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유세를 올리고, 노후 경유차를 규제하며, 경유차 도심 진입을 통제하고,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중 경유세 인상은 대표적인 경유 수요 억제책이고,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연료 대체를 통한 공급 차원의 정책이다.

경유세 정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10년 간 경유차가 급속히 보급되어 이미 990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1,000만대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특히 SUV 등 대형 경유 승용차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도시 미세먼지 문제는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금 인상을 반기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나, 경유세 인상만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첫 단추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중론이다. OECD 역시 우리나라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경유세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첫째,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조정을 통해 두 유종 간 상대가격 비율을 최소한 OECD 평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리터당 60원 인상하는 정도가 적정하다. 정부가 경유세 정상화 정책을 발표하고 3년에 걸쳐 20원씩 인상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경유세 인상과 더불어 적극적인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정책을 추진한다면 비교적 단기간에 경유차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교통·에너지·환경세 부과로 확보한 세수에 대한 세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연간 17조 원에 달하는 교통·에너지·환경 세수의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귀속되어 도로 건설 등에 사용된다. 미세먼지 줄이기가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면 유류에 부과된 세금을 그에 맞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환경개선특별회계에 귀속되는 비중을 현재 15%에서 최소 30%로 확대하고 추가로 확보된 예산을 경유차 조기폐차와 친환경 화물차 구매보조금 등 미세먼지 대책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셋째, 운행 중인 경유 화물차의 친환경차 대체를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최근 LPG 및 전기 소형 화물차 기술이 향상돼 이러한 차량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형 LNG 화물차 기술 역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경유 화물차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화물차에 대한 홍보와 기술 및 재정 지원 등, 정부의 전 방위적인 대체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경유세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고 재정 부담을 늘리는 유가보조금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동시에 노후 경유화물차 폐차 및 친환경 신차 구입에 따른 개체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물류 운임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운임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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