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한다. 만약 냉동인간이 돼 10년 후에 다시 깨어난다면 어떨까? 아마 지난 10년보다 많은 변화에 깜짝 놀라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게 지난 2년간 만들어낸 데이터의 양이 인류 역사 동안 생산해낸 양보다 9배나 많다고 한다. 또 하루에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양도 8 제타바이트(ZB)에 이른다고 한다. 솔직히 감이 잘 안 온다. 1ZB가 1조1000억기가바이트(GB)라고 하니 2GB짜리 영화가 자그마치 4조편이나 되는 데이터가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셈이다.

세대 차이가 심한 이유는 여기에 숨어있다. 후배 세대가 겪은 유년 시절은 선배 세대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시대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세대 간 견해차도 크다. 선후배 세대 간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맺기는커녕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선후배 세대 간 인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하나, 일과 삶에 대한 태도의 차이다. 선배 세대는 삶보다 일을 우선시했다. 회사에서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후배 세대는 일보다는 삶이 중요하다. 일하는 이유는 더 여유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둘, 계층의 사다리가 약해졌다. 예전엔 근속연수만 채우면 으레 진급할 수 있었던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능력 있는 직원이 더 빠르게 승진할 수도 있는 시대다. 게다가 젊은 세대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보다 회사를 옮기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보직보다는 연봉이나 복지, 문화 등에 더 관심이 많다.

셋, 관계에 대한 정의가 변했다. 선배 세대는 직장에서 되도록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익숙했다. 비공식 모임에 인사이더가 되면 실제 보이지 않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후배를 대할 때도 마치 연줄처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후배 세대에게는 회사에서의 만남이 계약관계일 뿐이다. 후배 세대는 선배 세대보다 혈연, 지연, 학연에 관심이 덜하다.

후배 세대에게 뒷방 늙은이 취급받지 않으려면 선배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세 가지를 실천해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개인의 삶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사 때문에 하루 휴가를 낸 사원에게 “어디로 이사해? 몇 평이야? 얼마야?” 또는 “요즘 SNS 보니까 좋은데 많이 다니던데 어제는 남자(여자) 친구랑 뭐 했니?” 이런 질문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후배는 관심이라기보다 참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물어본다. 직장 내 상하 관계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선배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관계가 편해질 수 있다. 후배 직원에게 일을 맡겼다면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도울 일이 있는지 챙겨야 한다. 힘들어 보이는 후배 직원이 있다면 다가가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가끔 차 한잔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셋째, 때론 적절히 선을 긋기도 한다. 착한 선배가 꼭 좋은 선배는 아니다. 후배 직원이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질책할 수도 있어야 한다. 마음의 거리를 의식하느라 쓴소리를 못 한다면 후배를 아끼는 진정한 선배라고 할 수 없다.

후배 세대는 선배 세대에 못마땅한 태도로 일관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후배 세대에게 두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선배 직원의 관심이나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말자. 선배 직원의 행동이 나쁜 의도가 아니라면 마음을 열고 수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선배가 갑자기 저녁에 회식하자고 하면 가끔 시간을 내주면 어떨까? 후배직원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가까워지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만약 선약이 있다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팀장님, 저 오늘 친구 집들이하는데 가야 해서요. 죄송한데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하는데도 한사코 회식해야 한다고 우기는 선배가 몇이나 있겠는가?

둘째, 선배 직원의 잘못은 기분 나쁘지 않게 교정해주자. 선배 직원의 요구와 행동이 부당한 갑질이라고 판단되면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는 요청의 기술도 필요하다. “선배님은 편하게 생각해서 제 몸을 터치하시는 거겠지만 저는 마음이 불편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다. 시대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의 속도가 다른 선후배 세대가 서로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삶의 궤적도 아주 달랐다. 선후배 세대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고 서로 손을 붙잡지 않는다면 개인은 물론 어느 조직이나 국가도 거센 변화의 물살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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