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박람회가 몰리는 2월을 지나 결혼 청첩장이 오기 시작하는 계절, 3월이다.

얼마 전 YTN에서는 외신을 인용해 「볼리비아에서 공식적으로 단 한 마리만 남아있던 희귀종 개구리가 마침내 짝을 찾았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올해 11세로 박물관 수족관에서 살고 있는 세후엔카스 물개구리 ‘로미오’는 기후 변화와 수로 건설, 전염병 탓에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던 탓에 10년이 넘도록 동족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동물학자들의 노력으로 서식지가 발견돼 암컷을 찾아냈다. 로미오와 짝짓기를 하게 된 암컷 개구리에게는 ‘줄리엣’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생태계의 경사다.

한국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는데 짚신보다 존귀한 생명체가 어렵게 짝을 찾았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사회에서는 짚신이나 희귀종 개구리보다 짝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짝을 찾아도 결혼하기가 어렵다. 청년 취업률이 낮으니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다 해도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니 출산이 늦어진다. 출산을 한다 해도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으면 여성은 직장 복직을 포기해야 한다. 혼자 벌어서는 내집 마련을 위한 은행 대출금 등을 갚아나갈 길이 요원하니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녀를 키우다가 사교육비라도 보태려고 재취업의 문을 두드려보면 경력단절여성이 느끼는 취업의 벽은 학력에 관계없이 높고도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 남녀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 비율은 각각 28.9%, 48.0%로 나타났다. 기혼 남녀는 자녀를 2명 정도 갖기 원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1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평균 결혼 연령은 현재 남자가 33세, 여자가 31세 인데 10년 전보다 4세 이상 높아졌다. 결혼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요즈음 강남지역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200명 하객을 기준으로 2500만원, 500명을 기준으로 4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예식 비용만 그렇다. 한 웨딩업체에서 조사한 결혼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약 2억3000만원이 드는데 이중 73%를 차지하는 주택자금이 1억6800만원이란다. 전세금 정도다. 남자가 지는 짐이 더 크다. 평범한 서민의 경우 청약 저축을 미리 넣는다 할지라도 노후대책을 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이나 예비신랑의 입장 모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4대보험이 되는 직장에 취업이라도 하고 있으면 초봉 비율이 적용된 액수만큼 대출이 되지만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무직은 결혼에 대한 희망을 품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대중들은 종종 외신이 전하는 세기의 결혼식 뉴스를 접하면 자신과는 상관없는 달나라 이야기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해 12월 12일 인도에서는 1억달러(1130억원)의 비용을 쓴 수퍼 프라임 급 금수저들의 결혼식이 있었으니,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와 피라말 그룹 회장의 아들 아난드 피라말도의 스토리였다. 힐러리 클린턴, 비욘세, 에릭슨 외에 HP, 골드만삭스, JP모건의 최고경영자들, 한국에서는 S그룹이 참석했는데 27층의 저택에서 수일간 이벤트로 진행된 이 결혼식을 위해 전세기가 떠서 100여 차례 VIP들을 실어 날을 정도였다. 내가 어린 시절에 접한 세기의 결혼식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존 F.케네디의 미망인, 재클린이 선박 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사건이었는데 돈 앞에 영부인의 지조를 버린 재클린에 대해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있다. 재클린 여사는 남편이 암살된 지 5년 후 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마저 암살되자 공포감에 시달렸고 재력과 힘을 갖춘 오나시스야말로 자신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오나시스는 오래 전부터 그녀를 연모해 왔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불과 2년이 못되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사랑해서 한 결혼도 현실에서 허덕이며 살다보면 그 사랑이 환멸로 바뀌기 쉬운데 부와 명예가 동기가 된 결혼은 곧 한계를 드러낸다. 세기의 결혼만 있는 게 아니라 세기의 이혼도 있다. 아마존 회장 제프 베조스가 전 폭스앵커 로렌 산체스와 바람을 피워 전처와 이혼하면서 합의금으로 내놓은 돈이 75조에 이른다.

이 정도 부자들의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의 결혼비용은 빈부차가 크다. 시어머니 될 사람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실생활에 별 필요도 없는 병풍 하나에 수억원을 들여 혼수를 준비해가는 집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결혼’에 대한 준비보다 ‘결혼식’에 대한 준비에 치중하는 풍속도도 문제지만 아내와 남편, 며느리와 사위, 부모로서 새로운 역할이 시작되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나 힘들어진 사회구조가 안타깝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6세 미만 자녀수당 지급 정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청년일자리 마련, 결혼자금 지원, 어린이집 운영 확대 등 지속적인 정책 수립이 계속돼야 한다. 사회에서도 기혼여성들에 대한 배려와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아빠들의 육아휴직 등 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다. 또한 과다한 혼수문화의 자제 등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결혼시즌이 되면 유복한 가정의 자제들만이 아닌, 가난한 커플들의 청첩장도 많이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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