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방식·자격기준 등 일관성 없어…20년간 특정업체 독점
실적기준 과도해 입찰조차 못해…5~6개 용역업체 과점구조

서울 지하철 5호선의 한 역사에서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서울 지하철 5호선의 한 역사에서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승강기의 유지관리 입찰을 수년간 일정한 기준 없이 천차만별로 시행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입찰방식과 자격을 수차례 변경해 특정업체들만 참여하게 한 사실도 밝혀져 특혜시비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통위원회 이은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2)은 제284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지하철의 승강기 유지관리 입찰이 편파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이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5~8호선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유지관리 사업은 A업체가 20년간 사실상 독점해왔다. 공사가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해 특정업체만 참여할 수 있게 에스컬레이터 입찰자격기준을 과도하게 높였기 때문이다.

공사는 5~8호선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최근 3년간 월평균 877대의 이행실적을 요구했는데,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업체는 서울의 A업체 단 한 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쇼핑몰이나 공항, 지하철 등에 제한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실적을 쌓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사의 자격요건은 과도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최근 7년간 A업체가 에스컬레이터 유지관리용역을 수주한 금액만 해도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년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A업체의 수주금액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13일 기준으로 A업체에 공사 퇴직자가 두 명이나 재직하고 있어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사는 지하철승강기 입찰방식과 자격기준, 용역기간 등을 일관성 없이 ‘입맛’대로 변경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철 1·2호선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최근 3년간 월평균 234대의 이행실적을 요구한 반면, 같은 기간 3·4호선은 287대로 설정하는 등 들쭉날쭉했다. 엘리베이터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또 입찰 때마다 승강기시설 유지관리 용역기간을 1년, 2년, 3년 등으로 일정한 기준 없이 줄이고 늘렸다.

이 같은 입찰방식과 기준에 따라 1~8호선 지하철은 최근 6년간 5~6개 업체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유지관리용역을 과점해왔다.

특히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적격심사방식으로 진행된 입찰에서 가격점수에서 1등을 하고도 이행실적점수에서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 7년간 15번의 입찰(1~8호선)에서 가격점수로 1등에 선정된 업체가 낙찰된 경우는 단 4번에 불과했다. 나머진 이행실적이 높은 업체들 3~4곳이 1등 업체를 제치고 최종적으로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지하철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용역을 수주한 업체들의 출동시간은 평균 20시간 이상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은주 서울시의원은 “그동안 서울지하철의 승강기시설 유지관리 용역은 독점 또는 과점형태로 유지돼 왔다”며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입찰시스템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공공기관인 공사는 이행실적을 완화해 더 많은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일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입찰방식과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제대로 유지관리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공정한 계약이 될 수 있도록 검토해 계약이 끝나는 내년 말에는 시정될 수 있도록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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