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역할을 하기 쉽지 않네요. 에너지가 예전보다 두 배는 더 드는 것 같아요.” 조직의 부서장이나 임원인 기성세대가 심심찮게 토로하는 얘기다. “팀장이 되면 책임만 늘고 피곤해지기만 해요.” 리더가 될 기회를 얻은 밀레니얼 세대도 리더 자리를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리더를 힘들게 하고 리더의 자리를 꺼리게 만드는 것일까?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 기기로 대표되는 정보통신(IT)기술은 물론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과 같은 기술의 진보는 일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기기 하나면 시간, 공간, 비용의 제약 없이 정보를 수집, 편집, 유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가 보편화하면서 개인과 조직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리더에 편중되어 있던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지면서 리더의 권력과 권위는 줄고 팔로워의 힘은 증가했다. 이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에 동참하는 문화가 보편적인 일상이 되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상층부에 집중되었던 정보가 구성원에게 민주화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이 갈수록 줄고 조직의 수평화, 투명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제 리더는 권위로 선팅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기가 힘들어졌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안에서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어 평가받는 신세가 되었다. 투명성의 증가로 유능한 사람은 빨리 리더가 될 기회를 얻고 있다. 반면 무능한 리더는 쉽게 권력을 잃게 되면서 촉망받는 젊은 직원이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기도 한다. 직장 내 미투 운동으로 예전 같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로 입지가 좁아진 리더 사례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리더의 자리는 갈수록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은 늘었지만, 오히려 리더가 가진 힘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교체주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리더십과 관련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세대 이슈이다. 2020년을 전후로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에서 퇴임하고 X세대가 임원으로 대체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의 50~60%의 비중으로 조직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조직 내 세대교체는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전통 세대나 베이비붐 세대의 전유물과 같았던 상하 관계와 권위주의에 기반을 둔 리더십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힘이 증가할수록 수평적이고 반권위주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안착할 때까지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새롭게 요구되는 21세기형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바바라 켈러먼 교수는 <리더십의 종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리더와 팔로워 사이의 계약은 팔로워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카리스마’를 토대로 했다. 이제는 문화와 기술 때문에 카리스마가 지탱되기 어렵다.” 이제 카리스마 중심의 수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공감하고 포용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은 리더십도 팔로워십도 아닌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십’ 정도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리더십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리더십 교육은 과거의 틀에 갇혀 실패한 리더가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해진 답(Text)이 있는 스킬 교육(Skill Training) 중심의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리더가 처한 상황과 맥락(Context)에 맞춰 성찰과 통찰을 끌어내는 교육(Art Learning)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적인 유희 수준에 머물러있는 리더십 육성의 학습 목표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훔치는 처세술 관련 지식(Head)을 습득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는 진정성을 공감하고 깨닫는 감성 지능(Heart)을 높이는 교육이어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가 되면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은 예측조차 힘들어졌다. 이제 20세기 구닥다리 리더십으로 젊은 구성원의 마음을 이끌 수 없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조직에서 훌륭한 리더였더라도 다른 조직에서도 좋은 리더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조직의 문화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리더십의 스타일이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변화에 민첩하지 못한 꼰대 리더십으로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옳다고 믿었던 리더십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