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기계설비·금융권 담보, 최첨단 경매시스템 도입해 매각 대행”

산업부와 기계진흥회, 자본재공제조합, 280억 투입해 거래소 설립
신속·투명·공정한 거래, 제값 받을 수 있는 경매 방식 도입 강점
유휴설비 전문 매각시장과 사적매각을 위한 전문매각기관 지정 필요
금융기관·캐피털사 등 거래관행 고집 아쉬워, 거래소 활성화 위한 지원 당부

과거 중고 기계설비의 유통은 민간 유통상이나 제작업체 영업사원들이 장악해왔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새로 중고장비를 구매하려는 수요자 풀(Pool)이 제한적이어서 제대로 중고장비 값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중고장비의 헐값 매각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기계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자본재공제조합 등이 지난 2015년 11월 한국기계거래소를 설립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매시스템을 도입, 기업의 유휴기계설비나 재고기계, 금융권 담보물건, 국가 R&D장비 등을 위탁 매각해 중고장비의 합리적 유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6년 6월 제2대 대표로 취임해 기계거래소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마승록 대표로부터 설립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정부와 기계산업진흥회 등이 유휴기계설비의 거래를 목적으로 한 기계거래소를 설립한 배경은.

“기계거래소의 설립 목적은 유휴기계설비의 합리적인 유통과 수출촉진이다. 중고 기계들이 적정한 가치를 받아 매각되고, 중고 장비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돌아가는 것은 기계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또 금융권의 담보기계들이 적정하게 처분돼야 기업들의 금융조달도 수월해진다. 국가 R&D 연구장비들이 기업에 이전돼 재활용되는 토대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기계거래소는 이런 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부자금 132억원과 민간 150억원 등 총 282억원이 투입됐다. 국내 유휴기계 설비와 과잉설비를 신흥국 등에 수출하기 위한 해외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등도 우리의 역할이다.”

-기계거래소는 경매 방식으로 중고 기계설비를 매각하는데, 경매 방식의 장점을 꼽는다면.

“경매는 기본적으로 공개매각이다. 다수 입찰자에게 미리 장비 내역을 소개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개념이라 시장가치에 근접해 매각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이 참여하면 담합의 소지도 있는데, 공개매각은 인터넷, 모바일로 접속할 수도 있어 전국에서 참여가 가능하다. 담합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우리는 실제 장비를 가동해 볼 수도 있다. 신속·투명하고 공정하며, 제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계거래소만의 강점이다.”

-구체적인 경매절차는.

“우리 쪽에 매각대상 기계장비의 사진, 사양 등을 알려주면 거래소 사업팀이 현장에 가서 직접 사진도 촬영하고, 기계 상태도 체크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경매물건으로 올리면 매주 목요일에 경매가 열린다. 경매물건은 기계거래 포털사이트(Portal.komax.or.kr)에서 볼 수 있다. 실제 장비는 직접 거래소로 오거나 업체로 가서 확인할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경매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경매회원은 보증서 대신에 보증금 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보증금은 낙찰을 받고도 장비를 찾아가지 않는 회원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든 것으로, 유찰이 되면 바로 다음날 회원에게 돌려준다.”

-최근 기계거래소의 실적은.

“2016년 본격적인 운영 이후에 경매, 기술서비스, 수출 등 주요사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초과했다. 연말까지는 전년 실적의 약 2배에 달하는 성장이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상반기에 298건의 매각을 위탁받아 이중 235건의 낙찰을 완료해 전년 동기 대비 낙찰건수가 57%나 증가했다. 특히 금융권과 연구기관의 경매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며, 8월부터 건설장비 경매를 개시해 연간 700건의 낙찰건수를 예상하고 있다.”

-기계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동산담보 규정이 풀려야 하는데, 최근 동향은 어떤가.

“은행에서 담보로 설정하는 것 중에 공장저당, 양도담보, 동산담보 등이 있다. 이 중 공장저당이 가장 많기는 한데, 동산담보는 보유한 자산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유휴기계 설비를 담보로 활용하는 것으로, 지금은 법원경매를 통해서만 처분된다. 그러나 법원경매는 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시간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기계설비는 가동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슬지 않나. 그래서 법원경매를 통한 처분가치는 적은 게 현실이다. 동산담보의 회수율은 16%로, 부동산(72%)에 비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유휴설비 전문 매각시장과 함께 사적매각을 위한 전문매각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전문매각시장이나 매각기관 지정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떤가.

“금융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보면 우선 은행 자체매각이 용이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금융권 매각물량을 전문매각기관에 집중하도록 돼 있다. 민원·분쟁 해소를 위해 사적실행의 요건·사유 등을 담보설정 단계에서 사전에 규정하고, 전문매각시장 위탁을 통한 처분청산을 사적실행 절차로 규정해 은행권 매각물량의 집중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매각시장으로 기계거래소가 얘기되고 있다. 개선안은 올 하반기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가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기계거래 실적을 보면 최근 경제 분위기와도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경기가 좋아야 거래도 활발하다. 경기가 좋으면 업체들이 투자를 하니까 새 장비, 중고장비 수요도 늘어 나오는 물량도 많고 거래도 활성화된다. 반면 경기가 안 좋으면 나오는 장비도, 거래도 없다. 이처럼 경매거래 실적을 보면 경기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최근의 흐름은 중고 장비를 사지도, 내놓지도 않는 애매한 상황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중고 기계설비 거래가 활성화됐나.

“기계거래소와 같은 시스템이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은 이미 50년 전인 1968년 오사카에 대규모 중고기계 유통단지를 설립했다. 일본은 공작기계가 유명하다보니 중고장비 거래도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도 이곳에서 많은 장비를 사왔다. 반면 미국은 거래소와 같은 집적단지는 없다. 국토가 넓기 때문에 주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돼있다.”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중고장비 유통은 이니셔티브를 잡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동안 유통상들이 잡고 있었다. 경매물건이 나오면 물량의 70%를 유통상들이 가져간다. 물론 우리들도 유통상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상들보다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필요한 장비들이 공급되는 게 거래소의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본다. 또 경매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도 저렴한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금융기관, 캐피털회사에서 그동안의 거래 관행 때문에 자기들의 매각 루트를 고집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기계거래소의 장점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우리 조직을 활성화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기계분야 관계자나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법령개정을 통해 전문매각시장이 빨라 출범해서 전문처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물론 강제할 수 없지만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설비를 매각하지 말고, 우리에게 맡겨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코트라에서도 수출을 위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정부 관심이 기계산업 육성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승록 대표는···

공작기계분야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1979년 대우에 입사해 공작기계 설계업무를 담당했다. 1988년 수출영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뒤 1990년 말까지 독일 주재원으로 활동했다. 독일 주재원 활동만 15년을 했다. 회사는 2005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로 상호가 변경됐다. 본사로 돌아와 영업총괄을 수행하고, 미주 법인장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퇴직했다. 마 대표는 27세부터 37년째 공작기계분야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으며, 기계거래소 활성화를 마지막 목표로 여기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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