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바로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게 인생이라고 하는데 요즘 에너지시장도 그러한듯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대 리스크였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이제 상수로 굳어지면서 리스크로서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있지만 이보다 만만치 않은 새로운 리스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호‧중 무역분쟁을 위시한 오커스 동맹(미‧영‧호)과 중국의 갈등, 갑작스런 유럽의 재생에너지 출력 저하, 러시아의 유럽 가스공급 위협 등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지난달 초에는 천연가스 수급 이슈가 발생해 가격이 역대 최고로 올랐으며 현재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석유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완화로 세계 석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유국 카르텔인 OPEC+가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5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방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영국에도 공동 방출을 요청했고 대부분이 이에 동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항상 역효과를 낳듯 비축유 방출 역시 석유 공급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를 주축으로 구성된 OPEC+가 비축유 방출에 대응해 원유 생산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오는 12월 2일 예정된 OPEC+ 정례회의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시장에서 40% 비중을 차지하는 OPEC+가 생산량을 감축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OPEC+ 행동에 대응해 플랜B도 준비하고 있어 석유시장에 대한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정세가 어지러울 수록 자주 국방력을 키워야 하듯 에너지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록 자급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 ‘MB자원외교’ 트라우마에 갇혀 자원개발을 손놓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급력을 소홀히 했을 때 미래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참혹함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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