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일반 종합·경제지가 아닌 전문매체에서 정치얘기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스를 뒤덮고 있는 대선 정국을 바라보면서 너무 답답한 마음에 정치 얘기를 꺼내볼까 한다.

현재 여야 대선 주자들이 결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에서는 정책이나 공약 얘기보다 대장동 사건과 고발사주 의혹제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국방, 노동 등 현안은 산적한데, 오로지 상대방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정치적 이슈에만 여야 모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후보검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언론을 바라보는 독자나 시청자는 피곤하다.

필자는 이번 대선만큼은 정치 얘기가 아닌 ‘기술’과 ‘과학’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조차 진부해져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주 시대의 초입에 와있고, 메타버스에 열광하며, 스트리밍, ESG, AI, 네트워크, 금융산업의 빠른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먹여살려온 전통의 제조업 또한 새로운 기술, 과학과 융합돼야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미래 한국 경제의 먹거리는 이런 분야에서 창출될 수밖에 없고, 때문에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을 책임질 다음 정권은 기술, 과학에 대한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와 ‘대전환 시대에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 확립을 요구합니다’라는 과학기술계 공동 성명서를 16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단체는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국가 미래경쟁력이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선도국이 되느냐 쇠퇴의 길을 걷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절체절명의 시기에 정치지도자들의 인식 전환을 통한 과학기술 중심국가 비전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의 아젠더에 과학기술이 보이지 않는 점을 깊이 우려하면서 “국제질서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과학기술계의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필자의 이 같은 주장이 ‘과학기술 중심국가전략’을 표방한 안철수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과학’과 ‘기술’이라는 화두를 던진 안 후보의 공약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귀를 기울이고, 하루빨리 정책 개발과 이슈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대선후보들도 ‘우리는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과학과 기술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칼 세이건의 명언을 곱씹어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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